투자자가 봤을 때 벤처투자가 일반 주식투자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최소한 두 가지는 분명히 다르다.
첫째, 거래소든 코스닥이든 상장주식의 경우 활자화된 정보가 넘쳐난다. 공시된 영업보고서를 비롯하여 이틀이 머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증권사 분석보고서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읽히지 않은 채 버려지는 것도 부지기수다. 애널리스트야말로 ‘쓰지 않으면 죽음(publish or perish)’을 몸으로 겪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벤처기업에 대한 자료는 극히 제한적이다. 기본적인 재무정보 외에는 신기술의 독창성과 시장성 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자료나 분석보고서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정보의 생산과 유통은 증권시장의 인프라에 속하는데 아직은 고속도로처럼 입출구를 막고 다수의 이용자에게 비용을 청구하기엔 이르다.
간접투자가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투자가들의 관심권 밖에 있는 비상장기업에 대한 보고서가 나올 리 없다. 해당 기업에 직접 물어 보거나 업계에 나도는 소문을 수집하는 것이 고작이다.
둘째, 투자 회수 면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상장주식의 경우 잘못 판단했다 싶으면 그 즉시 되팔면 된다. 사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아니다 싶으면 즉시 팔아라’ ‘지금 살 이유가 없다면 가지고 있을 이유도 없다’는 식의 매매기법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처분할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벤처투자는 어떤가. 가끔 예외가 있긴 하지만 상장(IPO)이 돼야 비로소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창업에서 상장까지 소요되는 10년 세월은 우리의 ‘빨리 빨리’ 문화 기준으로 볼 때 엄청난 인내를 요구한다. 여기서 예외란 다른 기업에 경영권을 넘기는 경우인데 국내에서는 아직 활발하지 않은 분야다.
이렇게 ‘정보는 없는데 장기간 회수가 어려운’ 투자를 누가 선뜻 하려 들겠는가. 결국 효과적인 해결책은 경영참가(지배)뿐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사업구상이라고 하더라도 투자조건이 분명해야 하고, 나중에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면 전략적 파트너를 찾아야 하며, 최악의 경우 경영진을 교체하거나 아예 손을 떼야 할지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정부가 창투사의 7년 이내 벤처에 대한 경영지배 목적의 투자를 허용키로 한 것은 획기적인 조치다. 또 벤처기업 간 합병 및 주식교환은 물론이고 상장기업과의 합병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이익실현 때까지 이연할 수 있게 한 것도 잘한 일이다.
아직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벤처업계가 스스로 소매를 걷고 나설 분야도 있을 것 같다. 펀딩(자금조달)은 쉽게 말해 동업자를 구하는 것인데 동업이 성공하려면 파트너에 대한 신뢰가 먼저다. 창업 이후 성과의 정당한 대가는 새로운 동업자(투자자)가 당연히 지급해야 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를 줘야 하는지는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창업자는 더 받으려 할 것이고 동업자는 덜 내려고 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래 성장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모든 자료를 소상히 보여줘야 한다. 고의적으로 정보를 왜곡하거나 숨겨 분쟁으로 치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소위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슬기롭게 풀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IR나 공시에 충실한 기업의 주가가 극대화된다는 사실은 대학의 수많은 연구에서 증명되고 있다. 성실한 공시는 정부의 감독이 무서워서라기보다 한편으로는 ‘제값 받기’ 차원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좋은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사실 투자자의 시장에 대한 불신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주주를 위한 경영, 회계정보의 투명성 그리고 정부의 효과적인 시장감독은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들이다. 이 중 출발점은 정보생산의 주체가 되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훌륭한 사업기회를 다른 사람과 더불어 일구는 것을 보람으로 삼을 수는 없을까.
◆권성철 한국벤처투자 사장 sgweon@k-v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