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 쏟아지는 각종 전자폐기물로 개도국의 환경오염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환경기구인 그린피스가 모든 전자제품의 생산자 수거를 의무화하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그린피스가 이번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의 전자폐기물 환경규제가 계속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아시아 지역으로 불법유입되는 전자폐기물의 양은 줄지 않아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에서 버려지는 폐가전, PC, 휴대폰 등 전자폐기물은 한해 5000만톤. 이중 과반수가 환경규제가 느슨한 인도, 중국의 영세한 재활용업자들에게 유입되며 폐기과정에서 나온 중금속과 유독성 화학물질이 함부로 방치돼 심각한 환경오염이 우려된다고 그린피스는 지적했다.
중국정부의 경우 유독성 쓰레기의 수입을 공식 금지하고 있지만 전자폐기물로 가득찬 콘테이너는 ‘재활용 금속’이란 이름으로 자유롭게 거래되는 실정이다.
그린피스가 중국 광둥과 인도 뉴델리의 전자폐기물 처리장을 샘플로 조사한 결과 70가지가 넘는 중금속과 유해물질이 토양에서 발견됐다. 또 처리장 주변의 먼지에서는 정상치보다 수백배나 높은 납성분이 나왔다. 이런 유해성분은 대부분 미국, 유럽에서 산더미처럼 수입된 폐TV, PC 등에서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폐PC 한 대를 처리하는데 미국은 20달러인 반면 인도는 2달러면 충분하기 때문에 선진국들이 전자폐기물의 해외 수출을 전면금지하지 않는 한 환경문제는 계속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미국, 유럽에서는 전자폐기물 처리에 대한 환경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소비자들이 일반 유통점에서 전자제품을 살 때 대당 6∼10달러의 재활용 비용을 추가 부담하는 전자폐기물재활용법안(The Electronic Waste Recycling Act)을 통과시켰다.
반면 미국의 메인주는 제조업체가 폐제품의 수거,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제조자 수거법(Producer Take back bills)’을 도입했다. 현재 오래곤, 미네소타, 미시건 등 여타 5개 주도 제조자수거법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EU의 경우 ‘전기·전자장비 폐기물 처리지침(WEEE)’을 도입해 전자제조업체의 수거책임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실리콘밸리의 환경운동가 테드 스미스는 “선진국의 전자쓰레기가 저개발국에 버려지는 상황을 개선하려면 환경세금을 무조건 높이는 것보다 제조업체 스스로 재활용에 유리한 디자인을 도입하도록 유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