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컴퓨터보다 인성교육이 먼저"

 “컴퓨터 조기 교육에 대한 조급증을 버리고 아이들에게 인성을 먼저 가르치십시오.”

 젊은 시절 미 국방부 컴퓨터 전문가(GS-11)로 활동하다 국내에 정착, 쌍용정보통신 임원을 거쳐 씨에치노컨설팅 대표로 일했던 노중호씨(67)의 조언이다.

 미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수십년간 정보화 사업 최전선을 누비던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아름다운 전통을 버리고 서구문화를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작금의 교육현실 때문. 가치관 정립에 앞서 IT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은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어른을 흉내낸 사이버 범죄나 음란물 폐해, 골방에 갇혀 하루종일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중독현상 등 ‘시스템적인 정신질환’이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노씨는 인격이 형성되지 않은 시기의 컴퓨터 교육은 어린이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정보사회의 낙오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강박관념에 빠져 컴퓨터를 받아들일 준비조차 돼 있지 않은 어린이들을 내몰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어린 세대들에게 예술성과 창조성, 이성을 가르쳐주고 마지막에 기성(실제 손재주)을 전수해야 컴퓨터를 응용해 전체적인 목적을 파악하고 결과를 구현할 수 있는 눈이 생긴다”며 “이치를 깨닫기 전에 컴퓨터 기능 교육에 매달리다 보면 자기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인스턴트화된 인력들만을 양산할 뿐”이라고 우려한다.

 노씨는 최근 컴퓨터의 본고장 미국의 국방전략연구소에서 시도하고 있는 ‘인디언 사상 배우기’를 귀감으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미국도 첨단 컴퓨터 기술에 의존한 정보력과 무력만으로는 다가올 미래 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미국은 자연과 동화돼 천심으로 사물을 받아들이고 다스렸던 인디언 사상을 컴퓨터나 과학기술, 외교정책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보화를 통한 패권추구 전략도 베풂과 깨달음을 아는 인성이 토대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미국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12살까지 할아버지에게서 천자문과 주역을 통해 배운 음양의 이치, 고등학교 시절 수학공부를 하며 기른 끈기가 20대에 컴퓨터 전문가로 자리잡는 데 도움이 됐다는 노씨는 앞으로 사이버 공간의 정화 문제에도 큰 관심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