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중국 TV시장을 뒷 문으로 들어가려던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의 꼼수가 중국정부의 단호한 규제로 무산됐다. 25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는 머독 소유의 미디어그룹 뉴스코프가 중국 서북부의 지방 케이블방송사인 칭하이 위성방송을 통해 해외 프로그램을 중국 전역에 보내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외국자본이 중국의 TV 채널을 직접 임대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뉴스코프는 이같은 규정을 어기고 합작 명목으로 중국의 TV채널(중국 칭하이 위성방송국)을 임대한 뒤 올초부터 정부 승인을 받지 않은 외국 프로그램을 방송한 혐의로 중국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칭하이 위성방송은 낙후한 서북지역과 중국 주요 도시에 케이블망을 갖고 있다. 반면 뉴스코프는 인구가 밀집한 중국 남동부에만 위성서비스를 보내고 있어 중국 전체로 시청권을 넓히려면 칭하이측과 제휴가 절실한 입장이다. 이와 관련 칭하이 위성방송국은 “뉴스코프와 합작 기업을 설립하는 계획은 현시점에서 완전히 중단됐다.”고 재차 확인했다.
또 뉴스코프에서 제공해온 스타TV 등 인기 높은 해외 프로그램도 점잖은 중국자체 방송물로 대체됐다.
중국 TV시장을 집요하게 공략해온 머독의 입장에서는 뼈아픈 타격이다. 올해초 루퍼트 머독은 “중국내 프라임시간 TV채널의 50%, 1억의 가정을 시청자로 확보하겠다”고 장담했다. 이를 위해 그는 중국계 부인을 내세워 중국당국에 로비를 하는 한편 1000만달러를 칭하이위성방송에 지불하고 합작사 설립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사업을 지원하던 고위 당간부가 퇴출되고 다른 외국계 미디어회사들이 뉴스코프와 동등한 대우를 요구함에 따라 중국당국은 단속으로 정책을 선회한 것이다. 머독 회장은 지난 1993년에도 위성TV가 전체주의 체제를 침식할 것이라고 실언을 해 중국당국의 노여움을 산 바 있다. 결국 머독은 이듬해 위성채널편성에서 중국정부에 비판적인 BBC방송을 빼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고 중국내 사업을 겨우 재개할 수 있었다.
중국정부의 규제로 어려움을 겪기는 다른 외국계 미디어회사도 마찬가지다. 월트디즈니사는 홍콩지역에 디즈니 위성채널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중국정부는 추가적인 채널개방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비아컴의 경우 국영 상하이미디어그룹과 제휴해 어린이 채널을 만들겠다는 제안을 냈으나 아직 당국의 회신을 못받고 있다.
중국정부는 남부지역에 6개 외국계 위성채널만을 허용하고 있다. 그나마 외국인과 상류층 주거단지, 고급호텔, 대학, 정부기관 등에만 안테나를 합법적으로 세울 수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수백만의 가정이 불법적으로 CNN, HBO 등 외국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정치적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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