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를 국내 SW산업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SW산업 육성의지를 대외에 천명한 가운데 국가기록원이 자료관 솔류션 공급에 예산낭비 요인이 있다는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SW산업은 차세대 성장동력인 IT산업의 핵심으로 기술력만 있으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이른바 저비용 고효율의 첨단 산업이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에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진위에 관계없이 해당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감사원이 감사에 나선 것은 국가기록원이 시범사업을 통해 개발한 자료관 솔루션을 한꺼번에 공공기관에 싸게 공급할 수 있는 데도 그렇게 하지 않고 각급 기관이 추가로 비용을 들여 업체가 만든 제품을 구매토록 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국가기록원에 대한 감사에 들어가자 자료관 솔루션을 구매하던 공공기관 대부분이 제품 발주를 중단한 상태이고, 관련업체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감사원이 SW산업의 자산적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고 특히 예산낭비라는 것이 공공기관이 제값 주고 제품을 구입한 것을 말한다면 이는 본말이 바뀐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가기록원은 지난 2000년 난립하는 자료관 솔루션의 표준규격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전국 공공기관에 보급하기 위해 7000만원을 들여 시범사업을 벌였고, 안산·대전 등 3개 시에 개발된 솔루션을 시범 적용했다고 한다. 이 후 16개 자료관 생산업체가 2003년 말 시범사업에서 만들어진 표준규격을 기반으로 자료관 솔루션을 개발해 조달등록까지 마쳤으며 지금까지 410여개 공공기관에 자료관 솔류션을 공급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시범사업을 통해 개발된 자료관 솔루션을 국가기록원이 수요기관에 직접 일괄 공급하면 예산도 절약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자료관 생산업체들이 개발한 제품을 별도로 제값을 주고 구입하도록 한 것은 예산낭비라고 지적한 것이다.
국가기록원은 이런 감사원 지적에 대해 당초 이 제품을 보급용으로 개발했더라면 사업비는 7000만원보다 훨씬 많은 70억원 가량이 들어갔을 것이고 시범사업에서 개발된 자료관 솔류션 가운데 미들웨어·뷰어·엔진 등에 대한 저작권은 업체들이 가지고 있어 설령 국가기록원이 시범사업으로 개발한 제품을 일괄 공급했더라도 이 부분은 별도로 구매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어떤 경우이건 정부 예산이 낭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본다. 만약 정부 예산을 헤프게 쓰는 공공기관이 있다면 적발해 엄정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고 재발하지 않도록 시정조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국가기록원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SW산업의 특성이나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이 제값을 주고 소프트웨어를 구매한 것이 예산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감사원의 이런 시각은 정부의 SW산업 육성책과도 배치되는 일이며 자칫하면 SW시장 질서를 혼탁하게 만드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당연히 어떤 제품이건 제값을 주고 구매해야 기업들이 자립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최저입찰제 실시로 가뜩이나 영세한 SW개발업체들한테 부담을 주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공공기관이 제값받고 제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 SW업체는 취약한 수익구조에다 요소기술이 없는 데다 핵심기술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경쟁력이 열세다. 정부가 시범사업을 통해 개발한 기술을 해당업체에 이전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당장 예산절감만 생각한다면 이런 미래지향적인 육성책은 추진하기 어렵다. 감사원은 SW산업의 육성측면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