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디지털 융합시대 우리의 과제

[리더스포럼] 디지털 융합시대 우리의 과제

음성통화와 단순 데이터 전송만이 가능하던 이동통신 기술은 지난 10여년간 영상통화, 멀티미디어 동영상 서비스, 휴대인터넷, 홈네트워킹, 모바일 뱅킹, 방송 서비스 등 양방향 멀티미디어 서비스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통신서비스 사업자 간 서비스 경쟁에다 제조업체, 솔루션 개발업체, 부품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의 디지털 융합(convergence), 유비쿼터스 혁명 등으로 인한 산업 간의 경계를 초월하는 선의의 경쟁은 해당 산업분야의 성장을 촉진하는 훌륭한 촉매가 될 것이다.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 추세를 돌이켜보면 과거에도 기술적 융합은 있었다. 음성통신 기술에 데이터 통신기술이 접목되고 여기에 멀티미디어 기능이 추가되는 등 사용자의 욕구 또는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각자의 영역을 허물고 융합하면서 2, 3세대(G) 기술로 발전을 거듭해 온 것이다. 올해는 우리 기술로 독자 개발한 지상파DMB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며, 2006년 상반기에는 와이브로(WiBro) 및 HSDPA가, 2007년엔 모바일 RFID 기술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상용화될 예정이다. 이들 기술에 주목하는 것은 다가올 디지털 융합, 유비쿼터스 시대의 첨병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4G 통신서비스의 기반기술이 될 것이며, 새로운 통신 패러다임의 변혁을 통한 유비쿼터스 시대를 앞당길 핵심 기술이다. 이런 신규 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차세대 단말기는 IT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켜 신규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주변 산업분야의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의 수요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등 전반적인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이동통신 단말기 분야의 현실은 어떤가. 급격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원천기술 수준은 아직도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다. 목전의 이익을 위한 개발에 치중한 결과 단말기의 날씬한 몸매를 만들고 겉을 훌륭히 치장하는 기술은 상당부분 보유했으나, 정작 단말기 몸을 만드는 엔진에 해당하는 중요 원천기술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다. 우리의 와이브로 기술이 휴대인터넷 기술표준으로 채택되어 국제표준이 확실시되는 등 현재도 정부를 비롯해 관련 업체에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더욱 체계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2G, 2.5G 및 3G CDMA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져진 우리의 기술역량을 결집하여 궁극적으로 목표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선도해야 할 것이다.

 핵심 부품, 즉 모뎀 칩(베이스밴드), 카메라 모듈, 메모리 칩, RF 칩 등 주요 부품 국산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생산되는 CDMA/GSM 단말기의 경우 60∼65%의 국산화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주요 핵심 부품에 대한 연구개발은 좀 더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공계 기피’ 현상에 따른 연구인력 수급 문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인적자원의 원활한 수급은 그 부문 성장 원동력의 한 축을 이루는 핵심 역량인만큼 ‘이공계 기피’ 현상은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 수립이 요구된다. 또 기존의 연구원들도 더욱 창의적인 연구개발 및 끈질긴 승부근성 배양을 통해 2G, 3G에서 이동통신 기술우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이룩해온 우리의 이동통신 부문에 대한 기술과 경험 등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다가올 디지털 융합과 차세대 통신시대를 차분히 준비한다면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국가 성장 동력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이동통신 분야의 추세는 기술 발전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기술발전이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란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이 우리 제품의 사용자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경쟁자보다 한 걸음 더 앞서 갈 수 있도록 근본적인 체력을 길러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 IT 분야 육성을 위한 ‘IT 839’ 전략의 성공을 주도하고,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제품을 개발하고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기업체·연구기관·학계 등 각각의 분야에서 체계적 활동과 배전의 노력을 해야 한다. 통신단말기 제조업체는 지금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확보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융합, 유비쿼터스 시대의 핵심 기술과 관련한 원천기술을 반드시 확보하여 다가오는 차세대 이동통신의 변화의 물결에 철저히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정률 (주)팬택 중앙연구소장·부사장 jrlee@pante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