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가 과격해지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폭력적 언어를 쓸 수밖에 없는 조직에서는 물론이거니와 고품위를 유지해야 할 고급 사회에서 사용하는 언어에서도 같은 양상을 볼 수 있다.
한 예로 마케팅 전략에서 사용하는 핵심 용어로 ‘고객중심’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고객만족’에 이어 ‘고객감동’이라는 고난도 홍보용어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고객감동으로도 약발이 먹히지 않을 때에는 ‘고객졸도’ ‘고객사망’이라는 극약처방과 같은 말이 쓰이지 않을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변화를 지칭하는 ‘혁명’도 그 대표적인 예다. 혁명의 원론적 의미는 목을 졸라 죽인다는 뜻이라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는 섬뜩한 단어다. 사전에 따르면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국체 또는 정체를 변혁하는 일’로 해석되기도 하고 ‘국가나 사회의 조직, 형태를 폭력으로 급격하게 바꾸는 일’로 풀이되어 변혁대상에 따라 정치혁명과 사회혁명으로 구분된다. 나라 밖으로 보면 영국의 청교도 혁명, 프랑스 혁명, 미국의 독립혁명, 러시아의 공산주의 혁명에서부터 나라 안으로는 동학혁명, 4·19혁명 그리고 5·16혁명과 같은 정치혁명이 있고 사회혁명으로는 산업혁명, 정보화 혁명, 인터넷 혁명에 이어 드디어 유비쿼터스 혁명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정치학자 라스웰에 따르면 정치혁명은 권력기구의 급격한 변화인 데 비하여 사회혁명은 지배구조의 실질적 변화라고 한다. 주체세력의 성격에 따라 위로부터의 혁명, 아래로부터의 혁명 그리고 옆으로부터의 혁명으로 나누어진다고도 한다. 혁명에는 반드시 주체가 있고 발발동기와 쟁취목표가 확실히 존재하며 변혁해야 할 대상도 분명하다.
우리는 유비쿼터스 혁명이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사회변혁을 겪고 있는 중이다. 허리케인보다 더 무시무시한 존재를 ‘유비쿼터스 혁명이 오고 있다’는 표현으로 매스컴이나 강연에서 태연하게 쓰이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쩜 혁명 불감증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혁명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 양치기 소년과 늑대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쯤에서 유비쿼터스 혁명의 주체, 동기와 목표, 타도 대상 그리고 변혁되는 사회구조에 대해 곰곰이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유비쿼터스 혁명에 사용되는 비합법적 수단이나 폭력은 무엇이며 이 혁명이 성공하여 쟁취하는 목적에 대해서도 혁명이 갖는 원천적 의미와 견주어 봐야 할 것이다. 정치혁명의 주체는 확실히 뜻을 함께하는 이른바 동지 집단이지만 사회혁명의 주체는 특정 사람들만의 집단이 아니다. IT기술로 무장된 IT전도사라 일컬을 수 있는 불특정 사람들이 혁명 주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활용되지 않은 IT신기술인 RFID/USN, 이동전화, LBS, VoIP, IPv6 등을 배타적 관점에서 보면 유비쿼터스 혁명에 사용되는 비합법적 수단이나 무력행사로 간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비쿼터스 혁명으로 인해 타도되는 집단이나 사회조직은 무엇일까. 산업혁명과 정보화 혁명을 살펴볼 수 있겠는데, 산업혁명 이전의 농경사회 또는 농민이나, 정보화 혁명 이전의 산업사회 또는 공업종사자가 타도 대상이었을까. 타도 대상은 분명 아니었다 치더라도 산업혁명으로 농민들은 주연에서 조연으로 밀려났고 정보화 혁명으로 굴뚝산업은 후진국으로 퇴출되는 수모를 겪은 것이 사실이다.
유비쿼터스 혁명이 밀어내는 집단은 누구일까. 중국이나 개성공단으로 이주하는 제조업은 아닐 것이고 전국민의 8% 남짓 되는 농민은 더욱 아니고, 어설프게 자리잡은 IT산업체와 정보화를 주도했다고 허풍 떠는 IT 마피아들일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혹시 자칭 IT리더라고 자부하는 내가 IT마피아 졸개 중 하나는 아닌지를 의심해 보아야겠다. 혁명 불감증 확인 차 병원에라도 가 봐야 하지 않을지.
◆오해석 (경원대 부총장) oh@kyu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