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니와 샤프의 고전

 “초상집 같았습니다. 음악도 너무 무거웠고요. 볼 게 없던데요.”

 독일 베를린 IFA전시회. 소니 부스를 방문한 참관단의 반응은 차가웠다. ‘소니 스타일’이 안 보였고, 특별한 제품도 없었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은 수백여개의 검고 흰 휘장을 천장에서 내려뜨려 신비감을 더한 소니의 전시 공간에 대해 ‘초상집’이라고 표현했다.

 디지털카메라와 디지털캠코더 10개, PSP 40여개, 할리우드 영화의 하이라이트만 틀어 주는 PDP TV 30여대, 소니에릭슨 휴대폰 수십여대가 전부였다. 소니가 차세대 주력으로 선정한 LCD TV는 아예 흔적조차 없었고, PSP로 축구게임을 하는 젊은층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서양인의 눈에는 검은 휘장이 신비롭게 보일지 몰라도, 동양의 장례문화를 연상하게 만든 그것에 대해 우리나라 참관단들은 혹평했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나오기는 서양인도 마찬가지였다.

 샤프도 고전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와 독일 베를린 유통시장에서 샤프 LCD TV는 찬밥 신세였다. 국내 업체와 비슷한 사양의 제품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는 바람에 아예 시장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한 유통시장에서 40인치 LCD TV는 우리 프리미엄급 제품에 비해 무려 500유로 이상 비싸게 매겨져 있었다. 제품 종류도 적었다.

 현지 매장 유통매니저는 “기술만 믿고 가격인하를 안 하다가 시장에서 밀려난 케이스”라며,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통시장과 제조업체가 함께 시장을 키워 가야 한다는 원칙을 어긴 샤프 마케팅 정책의 실패였다. 국내 가전업계 고위 관계자는 “LCD TV 기술이 일반화되고 기술 격차가 없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고가 정책을 지속하는 것은 문제”라며, “최근에서야 샤프가 정신을 차리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gfk 자료에 따르면 2∼7월 사이 유럽에서 샤프와 소니는 주력 품목인 LCD TV 부문에서 8.2%, 8.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필립스는 14.5%, 삼성은 12.0%, LG전자는 9.3%로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유럽에서 역전 현상이 벌어진 지는 고작 6개월 남짓이다. 소니와 샤프가 고전하고 있다. 2005년 IFA 전시회와 유럽시장이 주는 값비싼 교훈이다.

 베를린(독일)=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