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경영·이나모리 가즈오 지음·김형철 옮김·서돌펴냄
인생은 마음에 그리는 대로 이루어진다.
불교 용어인 카르마는 업(業)을 의미한다. 즉 생각한 것이 원인이 돼 그 결과가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을 말한다. 카르마에 따르면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인생이 펼쳐지며, 반대로 나쁜 생각을 한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교세라의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이 같은 인과응보의 법칙이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믿고 40년이 넘는 속세에서 정도를 찾기위해 노력했다.
‘카르마 경영’은 27세에 교세라를 창업, 일개 부품업체에 불과하던 이 회사를 세계 100대 기업으로 키운 후 거리의 탁발승으로 돌아간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경영 철학을 담은 책이다. 탁월한 경영능력에 쏟아지는 각계의 찬사를 감안하면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그의 경영원칙은 너무도 단순하고 소박하다. 원리원칙에 충실하면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게 카르마 정신이다.
저자인 이나모리 회장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환경 변화와는 동떨어져 보이는 고지식한 경영원칙이 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고 설파한다. 개인이나 기업이 쉽고 편한 길을 버리고 ‘원리원칙’대로 행동하는 것이 어쩌면 요령없는 처신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반드시 이익이 돼서 돌아오며 크게 잘못되는 일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원리원칙에 따른 경영의 한 사례로 일본 기업들이 혈안이 돼 있던 부동산 투기 광풍 일화를 들려준다. 90년대 일본 기업들은 제조업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자본을 마탕으로 너나 할 것없이 부동산에 투자하고 이를 전매하는 방식으로 자산 가치를 높이고 있었다. 교세라도 역시 ‘돈있으면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제안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땀흘리며 스스로 번 돈이 진짜 이익’이라는 원리원칙을 고수했고 결국 버블붕괴 와중에도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이나모리 회장은 회고했다.
오늘의 교세라를 있게 해준 ‘파인 세라믹’ 개발과정도 카르마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일화다.
그는 창업시절 세라믹에 대한 기초지식이나 기술, 개발장비나 자금도 없이 오직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연구에 매진했다. 그 결과 미국GE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일궈낸 업적을 유례없이 빠른 시간내에 독창적인 방법으로 개발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이를 우연이 아니며 재능이 가져온 결과는 더더욱 아니며 에디슨이나 수많은 최초의 기록을 갖고 있는 과학자들처럼, 무엇인가 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신이 ‘지혜의 창고’에서 내려준 한 줄기 광명이자 영감이라고 표현한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쇼이치로와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이자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도덕경영, 정도경영의 원조로 기업은 도덕과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되며 땀 흘려가며 얻은 이익이 기업이 추구해야 할 참 가치라는 점을 설파해 왔다. 경영기법보다는 CEO경영론과 인격수양에 대해 강조하며 분식회계, 고객기만 등의 행위는 리더의 인격부재로부터 비롯됐다고 평소 밝혀왔다. 그의 이름 앞에 철학자라는 타이틀이 붙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