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재업체인 아사히초자가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아사히초자는 지난 2003년 말부터 LCD용 유리기판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아 적극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수요 예측 및 속도 경영 실패로 당초 중기 계획으로 내세운 ‘전자·디스플레이’ 전문업체로의 도약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주력인 LCD 유리기판에서는 1위인 코닝(미국)과 격차가 더욱 벌어졌고 후발주자인 일본전기초자에도 역전당할 위기다. 한때 세계 최대 판유리업체였던 아사히의 문제점을 집어본다.
◇올 실적 전망 하향 수정=아사히는 지난 7월 처음으로 올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수정했다. 당초 전년 대비 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7% 감소한 1300억엔으로 내려잡았다. 주 원인은 브라운관(CRT)용 유리기판 사업의 부진 때문이다.
아사히는 CRT TV에서 평판TV로의 교체 수요를 노리고 2003년 말부터 CRT TV용 유리기판을 제조하는 후나바시공장을 폐쇄했다. 그런데 그 후 바로 러시아, 중국 등지에서의 CRT 유리기판 수요가 급증하며 돈 벌 기회를 놓쳤다.
와다 아카라 부사장은 “시장의 빠른 수요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뒤늦게 CRT 유리기판 생산을 재개했지만 이미 수요는 줄어든 상태.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LCD용 유리기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CRT 유리기판 재생산이 악수였던 셈이다.
이에 반해 3위업체인 일본전기초자의 움직임은 빨랐다. CRT용 유리기판에서 실적을 올린 일본전기초자는 지난해부터 미국의 CRT용 유리기판 공장을 정리했다. 올 4월 말에는 국내 제조라인도 가동 중단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만 80억엔의 순이익을 거뒀다.
◇LCD용 기판 점유율 감소=속도경영에서 항상 뒷 북을 쳐온 아사히는 LCD용 유리기판 분야에서도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다. 최대업체인 샤프에의 공급이 문제였다. 샤프 가메야마 공장에 납품할 8세대 유리기판이 납기일을 지키지 못한 것. 아사히는 지난해 샤프에 공급하는 6세대 유리기판 납기일을 어겼다. 기판에서 발생하는 기포를 잡지 못한 결과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LCD용 유리기판 시장에서 점유율이 18.6%로 5포인트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6세대에서도 뒤진 경험이 있는 회사가 8세대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중기 경영 목표 달성 희박=아사히의 지난해 매출은 약 1조4750억엔. 이 중 약 50%가 유리사업 매출로 전자 및 디스플레이 사업은 30%에 불과했다. 건축·자동차용을 중심으로 한 유리사업은 시장 포화 상태다. 오는 2007년 매출 1조7500억엔, 영업이익 1800억엔이라는 ‘중기계획’을 세웠지만 실현을 위해서는 전자·디스플레이사업 매출이 늘어나야 한다. 판유리 시절 세계 1위였던 아사히로서는 격변하는 디스플레이 사업이 경영 목표 실현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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