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체들이 2조∼3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수탁 생산업체(파운드리)를 공동으로 설립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히타치, 도시바, 마쓰시타전기, NEC, 르네사스 등 일본 전자업체들이 반도체 수탁 생산업체 공동 설립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공동으로 차세대 시스템LSI 공장을 건설하고 총 2000억∼3000억엔을 투입할 예정이다. 공장은 빠르면 내년, 늦어도 2007년에는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이번 합작사 설립을 통해 일본 업체들은 미국의 인텔, 한국의 삼성전자 등 해외업체들과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경=이번 일본 업체들의 파운드리업체 공동 설립은 자국 반도체 산업의 심각한 ‘국제경쟁력 저하’를 개선해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일본 전자업계는 한때 반도체 메모리인 D램 미세화 경쟁에서 세계을 석권한 바 있다. 그러나 90년 중반 이후 거품경제 붕괴 후 인텔, 삼성전자 등에 비해 투자 판단이 늦어지면서 장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지난 1980년대 말에 50%를 넘었던 일본 업체들의 세계 반도체 점유율은 현재 20%선으로 떨어진 상태다.
그나마 일본내 반도체 사업 재편과정을 거치면서 엘피다 메모리의 D램, 도시바의 플래시메모리 사업이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의 고전은 ‘소량 다품종’ 생산이 필요한 시스템LSI 사업의 수익성이 날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 따라서 각 업체들은 공동 출자해 설립되는 파운드리업체를 통해 투자 부담을 경감하면서 시스템LSI 설계에 경영자원을 집중하겠다는 계산이다.
◇전망=일본 전자업체들은 과거에도 반도체 설계 및 제조기술을 공동 연구하는 ‘아스카’ 프로젝트를 기치로 공동 생산을 검토한 바 있다. 르네사스테크놀로지 공장에 각사들이 공동 출자해 생산라인을 설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부상했지만 공동 공장의 독립성이 지적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에도 새로운 파운드리업체의 경영체제 등을 둘러싸고 업체간 이해가 엇갈릴 가능성이 적지않다. 다만 별로 손도 써보지 못하고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위기감이 업계 전반적으로 퍼지면서 독립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공산이 높다.
현재 파운드리는 대만의 TSMC 등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아시아 세력에 대항하고 궁극적으로는 인텔, 삼성전자에게도 공동 대응하자는 것이 이번 공동 출자회사 설립의 노림수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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