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식 경영에서 배운다](8)한우물을 파는 일본전산과 니치콘

교토식 경영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기술중심주의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누구도 만들 수 없는 제품을 만들면 성장은 당연이 뒤따라온다는 논리다. 모든 교토 기업은 자신의 영역에서 확고한 기술적 우위를 나타내고 있지만 그 가운데 일본전산과 니치콘은 더욱 두드러진 기술력을 뽐낸다.

 ◇정밀모터의 지존 일본전산=일본전산은 다른 교토 기업에 비해 업력이 상대적으로 짧다. 1973년 나가모리 시게노부 사장이 창업했으니 이제 30년이 조금 지난 셈이다. 50년도 넘은 기업이 수두룩하지만 일본전산은 교토 기업 중에서도 세계 시장에서 가장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일본전산의 주력 분야는 정밀 모터다. 그 중에서도 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움직이는 스핀들 모터는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스핀들 모터는 정밀 모터 중에서도 가장 만들기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다.

 물론 일본전산이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를 철저히 거부했던 나가모리 사장은 창업 후 15년 정도 활로를 찾지 못했다. 나가모리 사장은 그 해답을 미국에서 찾았다. 나가모리 사장은 단신으로 미국에 건너가 3M에 모터를 팔았다. 일본과 달리 미국은 누가 만들었는지 보다 어떤 제품인가에 관심이 있었고 기술력이 뛰어나면서도 가격이 싼 일본전산의 모터는 날개 돋힌 듯 팔렸다. 미국에서의 성공은 보수적인 일본 업체의 주문도 이끌어냈다.

 일본전산은 모터와 관련이 있는 많은 회사를 인수했다. 심포, 코팔, 도소쿠 등 모터 전문 업체에 이어 98년에는 대기업인 도시바의 모터 사업부까지 인수했다. 나가모리 사장은 인수 후 독특한 경영 방침을 고집했다. 일단 인수 후에는 보수를 받지 않고 자신의 돈으로 출자해 최대 개인주주 자리에 올랐다. 최대주주가 무보수로 직접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에 인수된 업체의 직원은 점차 나가모리식 경영에 동참했고 인수된 대부분의 기업이 흑자로 돌아섰다.

 ◇콘덴서 업계 1위 니치콘=교토 기업 중에서도 니치콘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생소한 기업이다. 니치콘은 1950년 창업 이래 전자부품, 그 중에서도 콘덴서라는 한 우물만을 팠다. 현재 사업 영역도 ‘전자기기용 콘덴서’ ‘회로 제품’ ‘전력기기용 콘덴서’ ‘콘덴서 응용기기’ ‘기타’ 등 5개로 모두 콘덴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니치콘은 2005년 3월 기준 매출 1040억엔에 63억엔의 순이익을 냈다. 일본 국내 14개 공장, 해외에 3개 공장, 10개 현지법인을 갖고 있다. 해외 매출이 40%를 넘을 정도로 세계 콘덴서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니치콘이 보유한 특허는 콘덴서에 집중돼 있다. 대부분의 콘덴서를 업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했다. 특히 지난 98년부터 알루미늄 전해콘덴서의 원료인 알루미늄 전극박에 집중 투자,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사용되는 ‘고용량 알루미늄 전해콘덴서’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품질 향상을 위한 인증 획득도 눈부시다. 이 회사는 일본 부품 업계 최초로 ISO9001 인증을 획득했으며 미국 3대 자동차 업체가 정한 품질규격시스템인 QS9000도 일본에서 처음으로 받았다.

 니치콘의 다케다 이페이 사장은 창업자가 아니다. 창업자는 기술 중심이지만 연공서열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적 경영의 길을 걸었지만 다케다 사장은 기술 중심의 능력주의를 과감히 도입했다.

◆개성파 사장이 성공을 이끈다

 일본전산과 니치콘은 최고경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나가모리 시게노부 일본전산 사장이나 다케다 이페이 니치콘 사장 모두 맨주먹으로 미국에 건너가 큰 성공을 일궈냈다. 연공서열을 버리고 능력주의를 우선하는 점도 같다. 두 사람이 없었다면 일본전산과 니치콘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개성파 사장이 두 회사의 성공을 이끈 셈이다.

 나가모리 시게노부 일본전산 사장은 평생 모터와 함께 살아왔다. 초등학교 과학 실험 시간에 만든 모터로 칭찬을 받은 나가모리 사장은 이후 계속 모터 연구에 매달렸다. 단순히 한우물을 팠다는 점 이외에 나가모리 사장은 매우 청렴하고 신뢰가 깊은 면면을 보여준다.

 나가모리 사장은 창업 당시 △이미 있는 아이템은 하지 않는다 △대기업 계열에 들어가지 않는다 △국제적 기업이 된다라는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나가모리 사장은 지금도 술을 먹지 않고 하루에 5시간 이상을 자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기업이라면 어디나 있는 회사 명의의 골프회원권도 없고 공장 부지 이외에는 한 평의 부동산도 없다.

 창업 초기 도움을 받은 후 산 거래 은행의 주식이 폭락했지만 나가모리 사장은 고마움의 표시로 손실을 감수하고 여전히 팔지 않고 있다. 또 창업 초기 어려움을 겪을 때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옴론 등의 도움을 보답하기 위해 다른 어느 회사보다 벤처 기업 지원에도 열심이다.

 니치콘의 다케다 이페이 사장은 교토 기업 중 드물게 도쿄 출신이다. 와세다대학을 졸업한 다케다 사장은 연공서열이 없다는 점에 이끌려 입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다케다 사장의 특징은 정보 공개다. 일본 기업은 정보 공개에 매우 소극적이다. 반면 다케다 사장은 회사의 실적에서 제품 정보까지 모두 공개한다. 1998년 수익이 크게 줄었을 때도 이를 100% 공개해 애널리스트들의 찬사를 받았다. 다케다 사장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모든 정보를 공개해 스스로에게 압력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