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본에 부는 디지털 한류

권상희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인 ‘도쿄 게임쇼’가 지난 18일 저녁 사흘간의 일정을 끝내고 폐막됐다.

 이번 전시회는 예상대로 차세대 게임기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와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360’의 기싸움으로 열기를 내뿜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게임은 지난해보다 출품업체가 줄어든 탓인지 열기가 예전같지 않았다. 그나마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에 매각된 그라비티만이 단독부스를 마련하고 두각을 나타냈을 뿐이다.

 그러나 게임 전시장 밖 상황은 이와 달랐다. 일본 게임시장에서 한국산 온라인게임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듯했다.

 일본 게임업체들은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일본 젊은이들은 확실히 한국산 온라인게임에 호감을 보이고 있었다.

 NHN의 한게임은 초기시장이지만 게임포털 시장 점유율 70%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와 ‘마비노기’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리니지2’로 동시접속자수 4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실제 현지에서 만나 본 NHN·넥슨·엔씨소프트의 일본법인 임직원들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자부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이들 기업이 처음 진출할 당시 일본은 비디오게임이 주류고 시장의 특성상 온라인게임은 힘들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시장을 개척한 결과 서서히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마치 70년대 중동의 사막지역에서 뜨겁게 내리쬐는 열기를 견디며 객지에서 악전고투해온 건설 노동자들이 한국의 위상을 높인 것처럼 한국 게임업체들도 이 같은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노력은 가능성의 차원을 넘어 내년부터는 결실로 다가올 듯하다. 물론 일본 메이저 기업들이 한국산 온라인게임의 성공에 고무돼 관심을 갖는 것은 위협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산 온라인게임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겨울연가’로 시작된 드라마 한류는 언젠가 사그라지겠지만 한국산 온라인게임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라 게임업계의 ‘수출일꾼’에 의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 불모지에서 묵묵히 시장을 만들며 한국 게임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도쿄(일본)=디지털문화부·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