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라인게임에 푹빠진 열도"

"한국 온라인게임에 푹빠진 열도"

 “재미만 있으면 어느 나라 게임이든 상관없다”

 온라인게임이 비디오게임 일색이던 일본시장에서 비로소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업체들이 지난 몇년간 악전고투 속에 물을 뿌리고 싹을 가꿔온 결과, 온라인게임을 모르던 일본 게이머들도 서서히 온라인게임에 매료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 지바에서 폐막된 ‘도쿄게임쇼2005’ 현장에서 만난 일본인 도치키 야스하루씨(22)는 “예전에는 주로 비디오게임을 했으나 최근에는 ‘라그나로크’에 빠져있다”며 “한국산인 것을 알고 있으며 ‘라그나로크2’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기술전문학교에 재학중인 도치키씨는 과 동기중 5명 가량이 ‘라그나로크’와 ‘리니지2’ 등 한국산 온라인게임을 이용하고 있다며 일본산 비디오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재 일본에서는 ‘라그나로크’나 ‘리니지2’ 등 온라인게임뿐만 아니라 게임포털 ‘한게임’과 캐주얼게임 ‘메이플스토리’ 등도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NHN재팬이 운영하는 한게임은 현지 게임포털 시장에서 점유율 70%, 평균 동시접속자수 8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 기업으로서 NHN재팬 역시 최근에 실시한 첫 공채에서는 5명 모집에 2800여명이 응모할 정도로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천양현 NHN재팬 대표는 “올해 대규모 마케팅과 TV광고를 실시한 결과 인지도가 급속도로 높아졌다”며 “상장할 경우 현재 시가총액이 4조원 가량인 겅호온라인보다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천 대표의 이같은 자신감은 온라인게임 인프라인 초고속인터넷(브로드밴드)서비스가 널리 확산되는데 따른 것이다.

 현재 일본의 브로드밴드 보급률은 36%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비율은 일본의 중장기 국가 정보화정책인 ‘e재팬’과 통신망사업자간 가격인하 경쟁 등에 힘입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경제산업성 정보정책과 카마타 마사키 계장은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은 지난해 매출액 578억엔에서 올해 말 938억엔으로 약 62%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이러한 급속한 성장은 브로드밴드의 확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한국에게는 기회이자 위기가 될 전망이다. 세가나 코에이 등 메이저 업체들이 온라인게임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빗 리 넥슨재팬 대표는 “넥슨재팬이 출범할 당시인 5년 전과 비교하면 일본 게임업체들의 온라인게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했다”며 “앞으로 2∼3년안에 일본 온라인게임이 한국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한국기업들도 이제 새로운 일본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키요시 나가사와 지크레스트엔터테인먼트 이사는 “한국 온라인게임은 기술력을 뛰어나지만 캐릭터나 이미지 등이 일본인의 취향에 맞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제작 초기 부터 치밀한 기획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일본 사무소 김상현소장도 “한국에서 성공한 게임도 일본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일본)=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