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칼럼]돌아온 국감의 계절에

 국정감사. 꼭 해야 할 일이다. 오늘이 그 첫 날이다. 기간은 20일이다. 오는 10월 11일까지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입법기관이다. 국회는 또 정부의 감시기관이다. 국회가 정부에서 한 해 동안 집행한 국정에 대해 잘못이 없는지를 감시하는 것은 바로 국민을 대신해서다. 국회 상임위는 17개다. 이들이 하는 국정감사 기관은 461개다. 시간상 촉박하다. 그런만큼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준비가 없으면 겉핥기식 국정감사가 되기 십상이다. 이는 국민을 슬프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더 한 것은 정치판의 고질병이 재발하는 일이다. 지난날의 사례를 보면 말싸움 국감, 자기편 봐주기 국감, 지역구 챙기기 국감, 상대방 망신주기 국감, 정쟁을 위한 국감 등으로 얼룩졌다. 해마다 조금씩 좋아지긴 했다. 하지만 국민이 보기엔 그게 그것이다.

 올해 국감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구태를 답습할 것인가, 아니면 국민을 대신해 묻고 확인하는 알찬 국감이 될 것인가. 선택은 국회의원이 할 것이다.

 피감기관들은 수험생 기분일 게다. 그래서 장관들은 국감 점검회의를 열기도 한다. 우선 정부가 공명하게 국민을 위한 일을 했으면 겁낼 게 없다. 그렇지 않다면 안절부절 못 할 게다. 국정감사의 속성상 칭찬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회의원의 질의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답변이라도 하는 날이면 그야말로 불호령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의 업무를 제대로 파악해야 핵심을 짚어 따질 수 있다. 모르고 목청만 높인다면 꼴불견이다. 알고 물어야 한다. 동문서답식 질의를 하면 웃음거리만 될 것이다. 이는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다.

 그래서일까. 국정감사에 나서는 여야의 각오는 대단하다. 열린우리당은 정책중심의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국가부채 증가와 경제양극화 심화 등 정책 실패 등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번 국정감사는 경제활성화, 취업난 해소, 노사관계 회복 등 민생국감이 돼야 할 것이다. 특히 과기정위와 문광위에서는 IT관련 쟁점이 줄 서 있다. 당장 휴대전화 불법감청, 통신요금, 단말기 보조금 규제연장, 인터넷 실명제, IT839 정책 재평가, 우성사업본부개혁, 통·방융합, IPTV, 기초기술개발, 벤처육성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이 가운데서 통·방융합은 어떤 형태로든 정리해야 한다. 이 문제를 놓고 30여 차례나 세미나와 토론회를 열어 타결을 모색했지만 아직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 문제가 안 풀리니 IPTV도 제자리다. 이젠 결단을 내려야 한다. 통신과 방송 융합의 새로운 규제 틀을 만들어야 하는데 진전이 없다. 앞으로 5년, 10년 후 우리를 먹여살릴 성장동력은 어떻게 육성할지도 물어봐야 한다.

 국회의원들에게 거듭 말한다.

 이번에 여야가 공격과 수비의 자세로 국정감사장에 들어가면 안 된다. 모두 국민의 눈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입으로 따져야 한다. 눈높이도 국민에게 맞춰야 한다. 시장에서 콩나물을 살 때 따져보는 주부의 마음으로 국정을 살펴야 한다. 이런 국회의원이 바로 국감 스타다.

 또 국회의원들이 왜 국정감사를 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 이유를 안다면 건성으로 국정감사를 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겉핥기식 국정감사를 한다면 이를 개혁해야 한다. 낡은 틀의 국정감사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 세금만 낭비할 뿐이다. 국정감사는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다음은 누가 국회의원으로 뽑아주었는지를 한순간이라도 잊지 않아야 한다. 바로 국민이 뽑아 국회로 보낸 것이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