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거(꺼)리와 국익

이은용

 며칠 전, 어느 국회의원 보좌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의원 보좌관입니다. 국정감사 ‘거(꺼)리’를 찾고 있습니다. 혹시 제보하실 게 있나 해서요.”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선량들이 ‘유권자 여러분, 제가 이처럼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라고 보여줄 기회다. 선량의 한 해 농사의 성패를 가름하는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른바 거(꺼)리를 찾아 여기저기를 살피는 보좌관들의 눈길에 불이 붙었다.

 그 ‘거(꺼)리’가 효율적이고 공정한 행정부를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거(꺼)리 앞에 ‘유권자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이란 수식어가 붙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국정 전반을 살피는 그들(국회의원과 보좌관)의 눈길이 더욱 세심해질수록 올바른 국가 행정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참여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제소당할 수 있는 위험을 방치했다”는 주장이 그런 종류다. WTO가 옳다구나 쾌재를 부르며, “너희 나라 국회의원들도 알고 있는만큼 특정 기업이나 연구기관에 정부가 돈(연구비)을 대주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시비라도 걸면 어쩌나. WTO의 새로운 규제 조항은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다. 현존하는 조항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시비 걸기 나름의 거(꺼)리’다. 굳이 우리 스스로 ‘WTO 피소 운운’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닐까.

 특히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을 추진하면서 몇몇 민간 대기업과 연구개발협약을 맺고 연구비를 지원했다”는 구체적인 사례까지 드는 것은 우리 스스로 족쇄를 차는 꼴이다. 그 협약이라는 게 ‘정부의 기초·원천기술 지원’이라면 코걸이, ‘정부의 민간 기업 직접 지원’이라면 귀걸이가 된다. 정부의 기초·원천기술 지원은 전혀 문제될 게 없지만, 외국 기업들의 시비 걸기에 따라 WTO 압력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

 거(꺼)리와 국익을 놓고 조금 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겠다.

경제과학부·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