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론의 부닥친 `정책의 모호성` 전략

김용석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통신정책에서 일관되게 유지해온 ‘정책의 모호성’이 끝내 국회·여론과 정면충돌하고 있다. 정책의 모호성이란 통신시장에서 정부 정책이 사업자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정책기조는 유지하되 사안별로 명확한 방침을 미리 정하지 않는 정책기조를 뜻한다. 정통부는 최근 이동통신시장 경쟁과 소비자의 이해에 민감하게 얽혀 있는 이동전화 요금 인하,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금지 연장 논쟁에서도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국회, 소비자단체는 물론이고 언론, 사업자와도 마찰을 빚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CID 무료화와 SMS 요금인하를 못박으려는 과기정위원들과 명확한 의견 표명을 피하려는 정통부가 정면충돌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진 장관은 CID 기본료 편입 방침을 밝히면서도 “영업보고서 검증 등 절차를 거칠 것”이라며 유료화의 여지를 남겼다.

 영업보고서 검증은 “총괄원가제 적용으로 이미 현재 기본료·통화료에 CID관련 장비투자 원가가 반영돼 있다”는 지금까지 정통부 입장과 달라 새로운 논쟁거리를 낳았을 뿐이다. SMS의 기본료 편입도 한 차례 소동을 빚었고 단말기 보조금 금지 규제도 모든 가능성을 포함하는 5개 정책 대안만을 내놓아 답보를 계속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 같은 ‘모호성’이 여러 통신정책의 밑그림인 유효경쟁정책의 기준과 방법, 로드맵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통신사업자들은 보조금, 요금인하 등 큰 변수가 해결이 안 돼 내년 경영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다. 정통부의 발언을 해석한 기사를 낼 때마다 해명자료가 나오는 통에 언론과의 관계도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진 장관은 이 같은 ‘정책의 모호성’ 전략을 통신정책의 기조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 ‘비법’을 중국 왕쉬뚱 신식산업부 장관에게까지 귀띔해 줬다고 한다. 하지만 “현안에 대해서도 모호성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정책결정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줄타기를 계속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정통부는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IT산업부·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