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창조의 법칙·알 리스, 로라 리스 지음·최광복 옮김·1만8000원
지금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종합상사의 기치아래 전세계 경제시장을 누비던 일본 대기업들이 최근 맥을 못추고 있다. 전자왕국을 이끌던 소니가 대표적인 사례. 다양한 측면에서 일본 기업과 경제 추락의 요인 분석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브랜드 정책의 오류도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든 제품에 하나의 브랜드를 붙이고자 한 확장위주의 정책이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인 알 리스와 로라 리스 부녀는 ‘브랜드 창조의 법칙’ 한글판을 출간하며 한국기업들에게 하나의 화두를 던졌다. 즉 삼성과 같은 일류 브랜드들이 지금처럼 모든 것을 다 만들면서 삼성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만을 사용하는 확장 위주의 전략을 계속한다면 소니와 같이 ‘또 하나의 전자제품 메이커’로 전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삼성 성장의 원동력은 혁신이었다. 하지만 만약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지 않는다면 일본 기업들이 이미 경험했이 비슷비슷한 제품과 서비스군의 홍수속에서 매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내리고 마진을 줄이는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브랜드는 생명체처럼 끊임없이 진화하며 새로운 브랜드는 ‘통합’이 아니라 ‘분화’를 통해 창조된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브랜드 창조 및 발전의 원리를 대입시켜 설명했다. 브랜드와 제품의 세계에도 ‘적자생존’이나 ‘분화’와 같은 진화의 법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윈이 주창했던 분기의 법칙은 새로운 종이 출현하는 기본 원리며 이를 통해 새로운 종은 기존의 종(제품 카테고리)를 간단하게 쓸어버리면서 생태계를 지배해왔다. 이를 기업에 적용하면 새로운 브랜드의 개발 기회는 기존 시장을 추구하는 것에서 나오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데서 나온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 카테고리에서 완전하게 분화돼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드는 기업만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의 규모는 과연 얼마나 될까. 필자들은 제로에 가까울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코카콜라와 MS, 인텔과 월트 디즈니 등 세계 10대 브랜드중 8개는 기존 카테고리에서 분화돼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성공을 일궈냈다는 설명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필자들은 따라서 기존 기업들이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브랜드 지키기에 소비하지 말것을 권한다. 통합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핵심이며 오히려 이런 자원이 새로운 브랜드 창조에 사용된다면 훨씬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