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명장이 돌아오다.’
명장 송재경(38) XL게임즈 사장이 리니지 이후 5년만에 새 온라인 레이싱게임 XL1을 들고 나타났다. 그에겐 ‘장인의 혼’이 베어난다. 수많은 이들이 그가 만든 게임을 기다리고, 그 속에서 열광하는 이유가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전달될 정도다.
“롤플레잉게임(RPG) 전문가가 레이싱게임을 만든다는 것에 의아해했지만, 그것은 약간의 의외성과 조직원들과 의기투합의 산물입니다. 리니지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어온 동료들이 레이싱게임을 택했고, 저는 거기에 동의한 것뿐입니다.”
늘 이런 식이다. 자기 보다는 주위 동료의 힘을 빌리겠다는 마음이 지금 그의 위치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엔씨소프트를 나와 지난 2003년 XL게임즈를 설립한 뒤 고비마다 선택의 기로가 그 앞에 놓여졌지만, 이런 열린 마음과 주위의 결심을 모으는 지혜로 그는 난관을 헤쳐왔다.
“엔씨소프트나 넥슨에서 XL1에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네오위즈를 선택했습니다. 레이싱 장르가 새로 도전하는 분야이기도 했고 ‘송재경’이란 이름을 걸고 내놓는 첫 게임이라는 의미가 컸습니다. 그래서 약간씩의 인연은 잊어버리고,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네오위즈의 의욕과 맞아 떨어진 것이겠죠.”
새 분야다 보니 우여곡절도 많았다. 등장하는 차량 한대당 1만 폴리곤 이상의 미려한 그래픽을 고집했고, 차량의 움직임이 기존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에선 경험하지 못했던 고난이도 물리 엔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개발자중 한명은 혹독한 시련을 견디다 못해 “다음에 만들 게임에는 제발 바퀴를 넣지 말자”고 하소연했을 정도다.
모든 과정을 장래의 밑천으로 생각하는 그에게 이번 ‘XL1’도 훌륭한 경험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언제가는 그의 전공인 RPG로 또 한번 승부를 걸어볼 욕심을 분명히 내비쳤다.
1차 클로즈드베타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XL1’은 올 연말 오픈베타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다듬어지고 있다. 내년에는 네오위즈를 통해 레이싱게임의 본고장인 미국과 일본에서도 서비스를 타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온라인게임은 그래픽 수준이 떨어지고, 시스템이 조악해도 용인돼 왔다. 그러나 송사장은 그의 욕심대로 비디오·패키지게임에 뒤지지 않는 그래픽과 게임성의 ‘XL1’을 만들어 내놓음으로써 시대를 앞서가는 명장 다운 가치를 재확인 시켰다.
지난 86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수석입학한 그는 동기생인 김정주 현 넥슨 사장과 넥슨을 공동 창업한 뒤 세계 최초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들었다. 97년부터는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 개발을 총괄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