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주먹으로 성취한 세계 1위’
지난 97년, 군대시절 기획아이디어를 꼼꼼히 적어 놓았던 낡은 노트 한권을 쥐고 온라인게임 개발에 나설 때만 하더라도 지금의 박관호(33)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사장을 상상했던 이는 그의 주변 어디에도 없었다.
그 때 시작했던 ‘미르의 전설’이 낳은 후속작 ‘미르의 전설2’가 2002년 70만명이라는 전무후무한 동시접속자 기록을 세우며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을 평정하리라고는 누구도 점치지 못했다. 그러나 박 사장은 이뤄냈다.
“지난 2000년 액토즈소프트에서 독립해 개발자 예닐곱명을 데리고 ‘미르의 전설2’를 시작할 때 막막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신감과 희망 만큼은 차고 넘쳤습니다. ‘미르의 전설’로 대부분의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작업 진척도도 빨랐습니다.”
2000년 2월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해 이듬해 초 국내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미르의 전설2’는 또 하나의 진기록을 가지고 있다. 서버·클라이언트 기술에 대한 박 사장의 옹골진 고집이 베어서인지 오픈베타서비스에서부터 상용서비스 때까지 단 한차례도 서버가 다운되지 않은 것이다. 당시 국내를 휩쓸었던 다른 온라인게임들이 심심찮게 다운되고, 그때마다 이용자들로부터 원성이 쏟아졌던 시절이다.
“한국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난 뒤 곧바로 해외에 눈을 돌렸습니다. 중국시장에 뛰어든 것입니다. 중국시장은 수익성도 떨어지고, 힘들다는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기회는 당장 차려진 것에 있지 않다’라는 신념으로 덤벼들었습니다. 2001년 초 중국 방문에서 그해 11월 상용화까지 불과 10개월만에 일사천리로 밀어붙였습니다.”
그리고 ‘대박’이었다. 상용화 시작때 이미 동시접속자수가 4만명에 이르렀고, 이듬해 8월까지 매주 1만명씩 동시접속자가 늘어났다. 하지만 짜맞춘 듯한 ‘호사다마’의 각본이 시작됐다. 중국 서비스를 맡은 샨다와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에서 눈덩이처럼 동시접속자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샨다로부터의 입금은 계속해서 지연됐습니다. 하나하나 트집을 잡기 시작했고, 나중에 드러난 일이지만 그 와중에 똑같은 게임 ‘전기세계’를 카피하듯 베껴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친정과 같았던 액토즈와도 불화가 생겼고, 2003년말 둘은 완전히 ‘딴길’을 걷게 됐습니다.”
급기야 샨다는 지난해 ‘미르의 전설2’로 닦은 이용자 기반과 ‘미르의 전설2’를 가져다 베낀 ‘전기세계’의 상용화 성공으로 나스닥에 상장했고, 액토즈소프트 마저 인수해갔다. 그리고 위메이드와 샨다·액토즈간의 국제 분쟁은 아직도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주변에서 쉽게 풀으라고 그러지만 풀고 말고 할 일이 없습니다.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남들이 도전하지 않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위메이드의 길’을 가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방해하면 우리 길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싸울 수 밖에요.”
다음주 새로운 기업통합이미지(CI)와 신작 게임 라인업을 발표하면서 그와 위메이드는 새 도전에 나선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