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4일간 국내 최대규모의 벤처행사인 ‘벤처주간’이 펼쳐진다. 이번 행사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정부가 2005년을 ‘제2의 벤처 붐’의 해로 만들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행사 주최 측인 벤처기업협회가 종전 벤처코리아를 벤처주간으로 명칭을 바꾼 것도 정부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올해의 4분의 3이 훌쩍 지난 지금 제2의 벤처 붐을 체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그래, 벤처밖에 없다!’는 올 초의 기대감이 차츰 사라져가고 있는 듯하다. 벤처주간을 앞두고 제2의 벤처 붐 달성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실천과제를 2회에 걸쳐 진단한다.
‘똑같아서는 안 된다. 이제는 환골탈태해야 한다.’
벤처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벤처업계는 지난 2000년 전후 벤처 붐 당시를 회상하며 정부가 지원책이나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만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벤처기업협회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벤처정책을 도출했으니 정책을 적당히 운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자세다.
전문가들은 이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다시 한 번 벤처에 희망을 걸고 있는데 자칫 벤처업계와 협회가 그에 상응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경우 모든 것은 허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벤처, 발상을 바꿔라=“직접 지원은 없다.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을 뿐이다. 의지가 있는 기업은 활용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기업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번 벤처활성화 대책과 관련, 정부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말이다.
이번 대책은 분명 지난 2000년 전후의 벤처 정책과는 다르다. 업계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은 거의 없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평가기관 또는 금융기관의 철저한 검증을 받도록 했다. 대신 창업·성장·성숙 등 단계별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의지가 있는 기업에만 지원혜택이 돌아간다는 의미다.
김성진 중소기업청장은 “정부의 벤처정책은 변화와 혁신의 틀 안에서 진행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도전정신을 불어넣어 벤처업계에 가능성과 꿈을 키울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벤처협회, 환골탈태해야=벤처협회에 대한 실망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벤처협회 수뇌부의 ‘도덕성’ 문제가 작용한 듯하다.
이 문제가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은 협회가 벤처활성화 대책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벤처 이미지 쇄신을 수차례 강조했으며 또한 철저한 감시자 역할을 맡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벤처활성화 대책의 중요한 축으로 벤처협회가 1차 도덕성 검증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벤처 패자부활제(벤처 경영재기지원제도)’에 있다. 제2의 벤처 붐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패자부활제가 제대로 가동돼야 하지만 현재의 여건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모 벤처 컨설팅업체 대표는 “패자부활제도는 효과보다는 제2의 벤처 붐을 위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최근 불거진 도덕성 문제는 협회가 모범 사례를 내놓는 데 심각한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벤처협회가 다시 한 번 쇄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성공 벤처기업이 아닌 모든 벤처기업을 포용할 수 있는 진정한 벤처 대표단체로 변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아울러 도덕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