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벤처대책이 나온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으나 벤처업계는 과거와 크게 바뀐 것이 없다며 볼멘소리다. 그러나 정작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연구계와 학계에서는 정부 정책이 과거와 달리 간접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종합해 보면 정부의 이번 정책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며, 앞으로 정책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잠재적 기대감이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정부가 약속했던 ‘제2의 벤처 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으레 그래왔듯이 ‘이쯤이면 됐다’며 관심 밖으로 두면 정책의 실효는 단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 초점이 인프라 조성에 맞춰진만큼 지속적으로 유지관리를 해야 하며, 미흡한 부분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일단은 성공적=“업계가 요구한 것은 거의 받아들여졌다고 할 수 있다.” 고정석 벤처캐피탈협회장의 말이다. 업계에서는 고 회장의 표현처럼 정부의 벤처활성화 대책에서 특별히 흠잡을 곳이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창업·성장·성숙 단계별로 수립했으며, 특히 수시로 점검회의를 열어 대책 추진현황을 알리고 있다. 벤처주간을 1주일 앞둔 지난 7일에도 한덕수 재정경제부 총리 주재로 ‘벤처활성화 대책 추진현황 점검’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었다.
그래서인지 벤처업계의 기대심리는 매우 긍정적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중소제조업과 벤처제조업을 대상으로 경기전망(SBHI)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은 최근 5개월(6∼10월) 동안 기준치(100)를 밑돌았던 데 비해 벤처기업은 7월(99.1)을 제외하고는 101.3∼110.0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 결과가 벤처 정책과 중소기업 정책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것이어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흡한 점도 있다=가장 심각한 것이 인력문제다. 지난 벤처 정책과 달리 이번 대책의 파급 효과가 폭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대기업·연구기관·대학 등의 고급인력들이 벤처업계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
벤처캐피털업체인 스틱아이티투자의 조민호 상무는 “대기업이나 연구소 출신 벤처기업 투자를 희망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모 벤처업체 CEO도 “정부의 벤처 대책에도 불구하고 벤처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이라며 “주5일제 확산 등으로 오히려 벤처 구인난이 심각해졌다”고 토로했다.
벤처기업 퇴출시스템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벤처기업이 기술의 사업화에 한계가 있을 때 신속하게 접고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덤핑 남발 등 과당경쟁으로 이어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는 “벤처기업의 퇴출에 대한 지침이 부족하다”며 “이들이 적기에 문을 닫지 못해 망하면 영원히 재기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이후가 더욱 중요=정부의 2005년 벤처 정책이 간접 지원을 위한 인프라 조성에 초점이 맞춰진만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를 통해 중소기업 정책과의 지속적인 차별성 유지가 요구되고 있다.
오해석 경원대 부총장은 “정부가 벤처 정책만을 별도로 펼쳐야 하나 중소기업 정책과 함께 집행하는 과정에서 목적이 흐려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조심해야 할 점은 취지는 좋은데 그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것”이라며 “대책과 관련해 상시적인 유지보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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