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홋카이도 어디쯤의 상공을 날고 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KAL의 최신형 보잉 777기종으로도 무려 14시간 반을 날아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 잠도 오지 않아 이곳 저곳 채널을 넘기는데 문득 메릴 스트립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얼굴이 보인다.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였다.
평범한 가정주부에게 우연히 찾아온 사랑과 그 사랑을 끝내 이루지 못한 여주인공 프란체스카는 나흘간 찾아온 사랑에 대해 3권의 노트에 기록을 남긴다. 그 사실을 결혼하고 나서야 알게 된 그녀의 자녀는 엄마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엄마의 사랑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결혼생활을 돌아보게 되고 여주인공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자녀에게 부부 사랑을 확인시켜 준다.
중년은 어찌보면 위험한 나이다. 어릴 적 꿈을 이루지 못한 자신의 상황을 후회하는 시기다. 그러나 아무도 프란체스카에게 불륜녀라고 돌을 던질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그녀의 운명적인 사랑을 일찍이 만나지 못했던 것일 뿐.
이 영화가 우리 나이 또래의 중년에게 시사하는 바는 자못 크다. 사랑, 가정, 책임, 의무 사이에서 번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체스터필드/ blo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