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의 ‘문화원형 디지털화 사업’이 콘텐츠 시장에서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가 우리 문화원형을 활용한 드라마·다큐멘터리·교양프로를 활발하게 제작하고 유명 영화에 문화원형 소재가 활용되는 등 ‘문화원형 디지털화 사업’이 우리 영상산업의 소재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키워드로 등장했다. ‘문화원형 디지털화 사업’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02년부터 연간 100억원 가량을 투입해 역사 속 문화원형을 디지털콘텐츠로 복원하는 것으로 100여개 분야 100여만건의 결과물이 완성됐지만 홍보부족 등의 이유로 아직 창작소재 활용사례는 많지 않았다.
◇물 만난 문화원형=MBC는 문화원형 디지털화 사업의 결과물인 ‘조선시대 검안기록’을 바탕으로 제작해 지난 추석 방영한 특집물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이 7.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자 아예 이달 말부터 매주 토요일 정규편성하기로 했다. 조선시대 살인사건을 기록한 ‘조선시대 검안기록(엠에이컴 개발)’은 이미 영화 ‘혈의 누’의 소재로 활용됐고 작가그룹인 에이스토리(대표 이상백)가 24부작 시대극을 목표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가는 등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코리아루트가 개발한 ‘한국의 소리은행’도 활용성 높은 소재. 7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웰컴투동막골’에 전래동요 ‘돼지부랄’이 사용돼 신선함을 더했고 강원민방이 제작한 20부작 다큐멘터리 ‘강원의 소리를 찾아서’에서도 중심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목포대학교가 개발한 ‘전통어로 및 어로도구’ 문화원형이 KBS 2부작 다큐멘터리 ‘해촌-그 희망의 조건’에 활용돼 11월 방영되고 12월 개봉하는 영화 ‘왕의 남자’에 ‘조선후기 한양도성의 복원(엔포디 개발)’ 과제물이 활용되는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나리오 완성도 높여=‘문화원형 디지털화 사업’ 결과물이 각광받는 이유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우리 전통 소재를 활용해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철저한 역사적 고증으로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크게 높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직접 보여줘야 하는 영상콘텐츠에는 소재의 구체성이 강조된 ‘문화원형’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문화원형’의 또 다른 강점은 각 주제별로 수많은 세부 콘텐츠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문화콘텐츠 업체의 창작시간을 크게 단축해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문화원형 주제에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쓴 진법 등 전술과 전법의 종류만 1348건이 개발돼 있기도 하다.
◇ 발전 가능성 커=영상콘텐츠 분야에서 본격 활용되기 시작한 ‘문화원형 소재’는 이제 그 범위를 게임·출판·디자인·교육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조이온이 온라인게임 거상2와 신암행어사의 스토리구성, 배경, 음악 등에 문화원형 콘텐츠를 활용하기로 했으며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는 ‘한국신화 원형(동아시테크 개발)’을 활용해 치우천왕전기 만화책과 모바일게임을 선보였다. 지난해 문화원형을 활용한 연하장을 제작해 3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바른손카드는 올해에도 연하장을 제작해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이밖에 국사편찬위원회가 60권 분량의 한국문화사 발간에 ‘문화원형’ 이미지를 쓰고 있으며 전자국사교과서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등 교육 분야에서도 활용성이 높다.
김기헌 문화원형사업팀장은 “문화원형 디지털화 사업은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문화를 되살려 창작소재로 활용하는 의미 있는 국책사업”이라며 "그동안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주력했으나 향후 관련 업계가 이를 널리 활용하는 방안 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