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한류 열풍을 타고 급격히 증가해온 국산 방송 콘텐츠 연간 수출액이 올 해 마침내 1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한류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고부가가치 수출효자품목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등장한 반한류 분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성장을 이루려면 콘텐츠의 질을 더욱 높여야한다고 지적한다.
◇10년간 13배 성장=1995년 문화관광부가 집계한 방송콘텐츠 수출액은 553만 6000달러였다. 2000년까지 완만하게 증가하던 수출은 이후 매년 40%대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7146만달러를 기록했다. 10년 동안 무려 13배나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2062만달러를 수출한 MBC는 올 해 드라마 ‘대장금’과 ‘신입사원’의 선전으로 이미 30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으며 연말까지 3500만달러를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전년 대비 91.5%나 증가한 2603만달러를 수출했던 KBS도 올 해 3400만달러의 수출을 기대한다. 하반기 기대작 ‘이 죽일놈의 사랑’이 주인공인 가수 비의 인기를 업고 성공하면 목표를 초과달성할 수도 있다. SBS도 ‘파리의 연인’, ‘러브스토리인 하버드’ 등 미니시리즈의 선전으로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21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상파 3사만으로 9000만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을 올리는 것으로 지난해 800만달러를 수출한 케이블TV와 독립제작사가 가세하면 1억달러 수출은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드라마가 수출 첨병=수출을 이끄는 방송콘텐츠는 역시 드라마다. 지난해 총 수출의 91.8%를 드라마가 차지했을 정도다. 2003·2004년 연속 아시아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KBS ‘겨울연가’에 이어 올 해는 MBC의 ‘대장금’이 여세를 몰아가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 8개국에 230만달러어치가 팔린 ‘대장금’은 지금까지 410만달러의 누적수출을 올렸고 기록을 계속 늘리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과 대만에서 우리 드라마가 미국 드라마보다 최고 3∼4배 비싼 값에 팔릴 정도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어 고무적이다.
여기에 이미 19개국에 팔린 KBS의 ‘겨울연가’가 탄생 4년이 지난 올 해 멕시코에서 방영되고 코스타리카와 과테말라와 계약을 진행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일색이던 수출지역도 몽골과 중동은 물론 멀리 아프리카까지도 확대되는 등 희망적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기초를 튼튼히=우리 방송콘텐츠가 드라마를 필두로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초심을 찾아야한다는 지적이다. 지금 비싸게 팔린다고 해서 인기스타만을 앞세운 아류작이 양산된다면 오래가긴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 동남아 언론들이 천편일률적인 한국 드라마의 흥행공식을 분석하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은 것은 이같은 우려를 방증한다.
물론 우리 드라마가 아직까지는 이러한 단점에도 해외에서 진행하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과반수 이상을 점유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유행과 인기는 한 번 사라지면 회복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다양한 접근법을 개발해야한다는 분석이다.
박재복 MBC프로덕션 국제사업부장은 “결국에는 창의력 싸움”이라며 “몇 년 후를 내다보고 땅을 경작하는 농부들과 같이 방송사들도 당장 수치에 매달려 조급해하지 말고 우수한 시나리오 발굴과 해외 인적네트워크 형성 등에 힘써야한다”고 말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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