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신화를 창조한다](22)이현기 판타그램 개발실장

[콘텐츠 신화를 창조한다](22)이현기 판타그램 개발실장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간다.’

온라인게임 천국인 한국에서 게임 개발자로 살면서 온라인게임에 한번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면 그것 자체로 괴짜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현기(32) 판타그램 개발실장은 아직도 고집스레 자기 길을 가고 있다. 오히려 세계시장으로 나가 더 빠른 성공을 일구고 있다. 전세계 게임시장의 60% 이상을 점하고 있는 비디오게임에 자신의 게임인생을 건 것이다.

“KAIST를 졸업한 뒤 97년 ‘디어사이드3’라는 어드벤처 PC게임으로 반짝 빛을 본 뒤 한 동안 고뇌속에 방황했습니다. 한국에서 만들지만, 세계시장에 통해야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좀처럼 잡히지 않았습니다. 무작정 짐을 싸 외국으로 나가려던 것을 판타그램이 잡아줬습니다.”

판타그램이 설립 6년차를 맞던 2001년 4월 입사하면서 그는 방황의 끝자락에서 인생역전의 열쇠를 손에 쥐게 된다. 당시 판타그램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비디오게임기 ‘X박스’의 전세계 출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식 디벨로퍼계약을 맺었고, 그 일이 이 실장의 손에 떨어진 것이다. PC게임으로 만들어진 ‘킹덤언더파이어’를 X박스 버전으로 만들어야하는 일이었다.

“당시로선 시도 자체가 없었던 상황이라 처음부터 하나씩 배우듯 풀어나가야하는 그야말로 ‘더듬이’ 개발 작업이었죠. 목적지는 있는데 언제 다다를 수 있을지, 어떤 길로 가야 빠른지가 짐작 조차 가지 않았습니다. 개발 선배이자 회사대표인 이상윤 사장 특유의 고집이 더해지지 않았다면 몇 번은 접었을 수도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마침내 지난해 그 결실이 국내 최초의 ‘X박스’용 타이틀 ‘킹덤언더파이어:더크루세이더즈’로 맺어졌다. 북미, 유럽, 일본을 거쳐 현재까지 총 45만장이 팔려나갔고, 지난해 연말에는 ‘2004 대한민국게임대상’의 영예까지 거머쥐었다.

“힘겨운 과정을 다 보상받고도 남을 만한 과분한 평가였지만, 그냥 머물러 앉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유럽의 이용자들로부터 속편에 대한 거센 요구가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곧바로 ‘킹덤언더파이어:히어로즈’ 개발에 착수했고 지난달 북미와 한국시장에 동시 발매했습니다.”

킹덤언더파이어 시리즈는 1,2편을 합쳐 전세계 밀리언셀러 진입이 무난할 것으로 점쳐 지고 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의 개발자적 명성도 해외시장에 통하기 시작했다.

이상윤 사장과 함께 일본의 저명 개발사 큐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X박스의 차기버전인 ‘X박스360’용 타이틀 ‘나인티나인 나이츠(N3)’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것 역시 한국에선 최초 시도다. 그러면서 역시 ‘X박스360’용 액션 롤플레잉게임(RPG) ‘써클 오브 둠’도 함께 만들고 있다.

“비디오게임기(콘솔)의 온라인 진화가 계속되면서 언젠가는 PC온라인과 만나는 접점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콘솔온라인 게임이 저에게 주어진 개발 몫이라고 믿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그것이 어쩌면 이 실장에겐 게임 자체의 개발보다 더 멋진 여정인 듯 하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