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기 기술지원 `선택과 집중`을

 정부가 지난 20일 대통령 주재 하에 청와대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열고 출연연구기관을 활용한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산·학·연 기술개발협력방식을 수요자 중심으로 혁신하고, 중소기업 유형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기술지원 정책 강화, 중소기업 기술지원에서 출연기관의 역할 제고 문제 등 다양한 방안이 제안됐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출연연구기관이 기존의 지역 기술지원조직에 연구인력 파견과 장비를 지원하는 종합 기술지원프로그램을 실시해 지역 중소기업의 다양한 기술수요를 충족시켜 기술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혁신기업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출연연구기관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발굴하도록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R&D)법인 설립 등 ‘뉴 오너십 플랜’을 마련, 사업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마디로 될 성부른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발굴해 기술·자금·인력을 패키지로 지원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 방안이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논의됐다는 것이 우리의 눈길을 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적대로 중소기업청, 중소기업특별위원회 등 중소기업과 직접 관련 있는 부처뿐만 아니라 과학기술혁신본부가 함께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관련 예산 및 정책수단이 더 많이 확보돼 더욱 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물론 이날 거론된 방안들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간 자문회의 안건이 정책 결정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실제 정책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사실상 확정된 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고용창출과 수출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기술혁신 역량 강화는 경제 성장의 전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품이나 공정 혁신 등 기술혁신이 성장동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간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을 위한 정부 연구개발비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기술인력 부족해소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지고 보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양극화 현상의 주요 원인도 기술혁신 역량 차이에 있다. 그런 점에서 양극화 해소는 물론이고 국가 성장잠재력 배양과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한 중소기업 기술경쟁력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런 기술지원을 강화한다고 중소기업들이 곧바로 경쟁력을 회복하고 활로를 찾으리라고는 정부도 믿지 않을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지원정책을 내놨을 정도로 가능한 한 모든 정책수단이 총동원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고 있고 또 중소기업들의 정책적 지원요청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만큼 제도 신설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을 실행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제안된 것처럼 연구소 인력들이 가능한 한 많은 중소기업으로 직접 찾아가 현장활동을 전개해 기술혁신에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정된 연구소 인력과 투자재원으로는 여러 곳을 지원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원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그간 중소기업 지원사업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원규모와 목표를 세운 뒤 실적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지원하고 사후관리에도 소홀해 문제가 돼온 점을 감안해서라도 시장의 실질수요에 맞는 지원정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혁신형 중소기업의 지원 수에 연연할 게 아니라 중기 지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해 거품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