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존과 전혀 다른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아니다. 로한의 예에서 보듯이 과거의 취향 그대로 아이템 백화점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써니YNK의 신작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로한(http://www.rohan.co.kr)’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게임 업계에서 인기 배경에 대한 해석과 향후 온라인 게임의 트렌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번지고 있다.
상당수의 개발자들이 “아노미에 빠졌다. 향후 개발 방향을 어떻게 잡아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로한의 뜻밖의 성공은 한국 MMORPG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왜 그런가=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이후 별다른 히트작이 없었던 MMORPG시장에서 ‘로한’이 오픈베타 한달여만에 동시접속자수가 7만명에 달하고, 전국 PC방 트래픽 점유율 순위가 7위까지 뛰어오른 것 자체만으로 ‘입방아’에 오르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이 게임이 상당수의 온라인 게임 개발사들이 새로운 트렌드로 잡고 있는 방향과는 달리 기존의 아이템 중심 게임으로 역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 폭풍이 만망치 않다. 실제로 써니YNK는 ‘로한’을 개발하면서 지난 4년 개발 기간 동안 각종 MMORPG의 흥망성쇄를 입체적으로 경험하면서, 그 중 이용자들을 유혹할 만한 ‘될성부른’ 시스템을 고르고 골라 집대성했다. 벌판을 달리고, 광산을 캐고, 짐승을 잡아야 하는 기존의 플레이 환경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흥미를 더하는 고차원적인 거래, 약탈, 베팅시스템이 더해졌을 뿐인 이 게임에 이용자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점에 개발자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개발자들 “뭘 만들어야하나”= 국산 MMORPG의 1세대 경지를 완성했다고 볼 수 있는 ‘리니지’ 시리즈 이후 개발자들은 2세대로 넘어가기 위한 수 많은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상당수의 개발자들은 캐주얼이나, 스포츠, 콘솔 게임 등으로 장르 방향을 틀어버렸다. 그러면서 판타지 라이프라는 이름이 걸린 ‘마비노기’라는 수작이 만들어지기도 했고, ‘그라나도 에스파다’ 같은 기대작도 곧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벌써 2년째 MMORPG와 씨름하고 있는 한 개발자는 “이것 저것 다 해봤지만 쉽게 그 결말을 찾지 못하던 와중에 ‘로한’에 쏟아지고 있는 반응 앞에서 정말 무력감을 느낀다”며 “결국은 경험치와 아이템에 집착하는 이용자 트렌드를 수용해야하는가”라고 반문했다.
◇ 인기와 혁신’ 양날의 칼= 전문가들은 ‘로한’의 인기가 MMORPG시장에 던진 화두를 정확히 읽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게임 평론가는 “개발자들은 기존의 아이템 중심의 게임 개발에 진력이 났는지 모르지만 게임 이용자는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점을 로한의 사례가 보여준다”며 “장르나 플랫폼을 바꾸는 변화 보다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미있게 포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MMORPG ‘로한’을 과대 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많다.
정무식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은 “MORPG가 세계시장을 주름 잡는 글로벌 상품으로 커나가기 위해서는 상대 게임에서 이용자를 빼오고, 이용자를 지키는 것에 급급하기 보다 한단계 높은 방향으로의 질적 도약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무조건 인기에 영합하기 보다는 게임내 시스템 및 내용의 혁신을 통한 전에 없던 새로운 인기를 창조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