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3층 재난종합상황실. 이곳에서 모처럼 소방방재청장 주재로 ‘통합지휘무선통신망(TRS) 설명회’가 열렸다.
국정감사와 언론을 통해 잇따라 제기된 TRS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일종의 해명자리인 셈이다. 출입기자들 역시 소방방재청의 견해가 궁금하던 차였다. 그동안 불거져온 여러 문제와 의혹에 대해 당사자의 ‘친절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는 기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정업체만 사용하는 용어가 규격서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는 국감에서의 지적이나, 이번 시범사업에 입찰할 수 있는 단말기 무게가 250g으로 제한돼 국내 업체들이 개발중인 300g의 단말기는 아예 입찰에 참여조차 할 수 없다는 등의 문제점에 대해 소방방재청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당일 배포된 16쪽의 설명회 자료와 8종의 첨부자료 어디에도 이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일부 기자가 실무자를 상대로 별도의 미팅시간을 가진 자리에서야 ‘별 문제 아니다’는 식의 대답이 돌아왔을 뿐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지적 사항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다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해당 의원실 등에 밉보여 괜히 ‘괘씸죄’에 걸리고 싶지 않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의 이 같은 태도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정책에 자신감이 있고,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국민과 언론 앞에 당당해야 한다. 꺼릴 것이 없어야 한다.
소방방재청은 오랜 기간 여러 부처와의 논의를 바탕으로 국내 업체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등 이번 사업을 매우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2년 경찰청이 국내 처음으로 외산 TRS를 도입할 당시 외국업체와의 계약조건에 △국내산업 기술지원 △단말기 국내생산 △프로토콜(소스코드) 제공 등의 조항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이행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이는 국내 업계가 이번 TRS 사업에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다.
정책은 국민적 신뢰를 담보로 힘있게 추진된다. 착수 전부터 난항이 예상되는 국책 사업은 더욱 그렇다.
컴퓨터산업부·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