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휴대폰 업계가 또다시 인수합병(M&A)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계 투자회사들이 지분 취득을 통해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고, 중국·대만 등 중화권 기업들은 ‘돈 될 만한’ 휴대폰 전문 개발기업에 매각의사를 타진하면서 한국 휴대폰 기업 사냥에 군침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세원텔레콤·텔슨전자 등 중견 기업들의 매각작업도 본격 재개되면서 올 연말을 기점으로 국내 중소 휴대폰 산업의 공동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 M&A 태풍속으로”=지난 2000년 초 간판을 내린 어필텔레콤, 스탠더드텔레콤에 이어 중소 휴대폰 업계에 5년 만에 또 다시 M&A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기가텔레콤은 이 같은 흐름의 정점에 서 있다.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인 애머랜스LLC코리아가 신주 인수권을 행사하면서 기가텔레콤의 1대 주주(12.32%)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최대 주주인 김호영 대표와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17.33%)이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내달 18일 열리는 임시 주총 결과에 따라 최대 주주가 변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가텔레콤은 그동안 국내 1∼2개 기업과 회사매각에 대한 인수협상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이번 애머랜스의 지분 확보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가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애머랜스LCC가 이사선임, 정관변경 등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갖게 됐다”며 “단순 투자목적인지 기업 인수를 위한 포석인지에 대해 검토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GSM·GPRS 등 2세대, 2.5세대 단말기 개발력을 갖춘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국 업체들의 러브콜도 줄을 잇고 있다.
중소 휴대폰 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기업으로부터 회사 매각에 대한 제의를 받았다”며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갖춘 중소벤처 기업을 대상으로 매각 의사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A사, B사 등도 1대 주주 자리를 내줬거나 내줄 상황이기 때문에 경영권 유지를 장담할 수 없다.
◇‘새 주인’ 찾기 본격화=지난 7월 인수가격에 대한 시각차로 인해 매각협상이 무산됐던 세원텔레콤 처리작업도 재개되고 있다. 현재 휴대폰 부품, 완제품 업체 2∼3곳이 세원텔레콤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대명 세원텔레콤 관리인은 “이르면 오는 11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는 등 회사 처리방향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생산설비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텔슨전자의 경우 청주 CDMA·GSM 공장에 대한 매각대금 산정작업을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 중소 휴대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위주의 휴대폰 산업 육성정책이 일정부분 현재의 결과를 몰고 왔다”며 “생존을 위한 중소 휴대폰 업체들의 움직임을 기술유출로만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