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대·중소기업 상생과 양극화 해소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항상 존재해 왔다. 오히려 지금까지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어쩌면 당연한 걸로 생각해 왔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사회 전반에 걸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은 경제위기 이후다. 세계화와 중국의 급부상, 글로벌 지식산업으로의 전환, 지속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성장 잠재력 저하 등 시장환경 급변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적응 능력 격차로 인해 표면화되고 심화된 것이다.

 양극화 현상 가운데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의 원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에 있고, 생산성 격차는 기업 수익성의 불균형을 불러오고 있다. 이는 다시 기업역량 및 종업원 소득의 양극화를 낳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생산성 격차는 과거처럼 자본장비율이 아닌 혁신역량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을 경제·사회 문제로 인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소기업을 방치해서는 우리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정부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정책도 이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과 중소 벤처기업의 상생협력 정책은 여타 중소기업 지원정책보다 실질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인 글로벌기업인 도요타·노키아·인텔 등은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높이고 있듯이 중소기업의 협력 없이는 대기업의 경쟁력도 생각할 수 없는 구조다. 양극화 해소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미래 생존을 위해서도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관건은 대·중소기업 협력을 지속적으로 성공시키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상생 정책을 펴는 목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그 자체가 아닌, 서로 협력을 이뤄낼 수 있는 과정에 둬야 한다. 또 대·중소기업 각각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핵심은 대기업의 역할이다.

 대기업의 많은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기업의 경영진이 중소 벤처기업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상생협력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상생협력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기업문화로 정착시킬 때 대·중소기업 협력은 성공할 수 있고 양극화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 과거 수 십년간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기업들이 지금까지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중소 협력기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학연·지연·혈연에 의해 평가하고, 갑과 을의 수직관계로 인식해 왔다. 대기업에 이런 기업문화가 팽배한 상황에서 협력기업인 중소 벤처기업과의 상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대기업 경영진이 확고한 상생 철학을 갖고 이를 새로운 기업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대·중소기업 협력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협력에 대한 철학이 없으면 무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 협력기업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상생협력에 대한 대기업 경영진의 확고한 철학이 실무진까지 전달되고, 이것이 기업문화로 정착돼 실행이 선행될 때 대·중소기업 협력은 정착될 수 있다. 더욱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많은 상생협력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도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시스템 확립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시정하게 함으로써 중소 벤처기업과의 협력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는 무대 위에 대기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뒤 대·중소기업 협력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방법이다. 또 글로벌 지식산업 구조에 알맞은 새로운 금융시스템과 제도기반 조성, 기술에 대한 평가시스템 등 대·중소기업 협력 기반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중소 벤처기업들이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강소기업, 더 나아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 등 더 많은 중소 벤처기업이 대기업과 협력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김태희 케이블렉스 대표이사 kthkim@goc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