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로 휴대폰을 판매하는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글로벌 테러’라는 상황에서 자판기가 가진 ‘익명성’으로 인해 범죄나 테러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엔터테인먼트 와이즈는 30일(현지시각) 영국 최대의 이통사업자인 보다폰이 이번 주부터 자판기로 휴대폰을 판매하는 ‘퀵폰(QuickPhone) 키오스크’를 가동하는데 대해 이같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다폰의 휴대폰 자판기는 누구나 간단한 신원정보와 돈만 넣으면 즉석에서 30∼60파운드(54∼107달러)의 저가형 휴대폰 3종을 제공한다. 또 고객이 단말기를 소지한 경우에 SIM카드만 별도로 자판기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휴대폰 자판기는 단말기 재고상태를 본사에 무선으로 알려주며 누군가 자판기를 털려고 할 때 경보가 울리는 등 첨단기능을 갖고 있다.
보다폰의 자판기 사업담당자는 “영국을 방문한 외국인이나 휴대폰을 분실한 사람이 급히 대체 통신수단이 필요할 때 퀵폰 자판기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또 우선 휴대폰 자판기를 맨체스터의 중심가에 설치한 뒤 소비자 반응이 좋으면 영국 전역에 확대 보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휴대폰 자판기는 한 밤 중에도 휴대폰이 절실히 필요한 ‘누군가’에게 단말기를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평가된다.
문제는 범죄자나 테러리스트가 휴대폰 자판기를 ‘익명의 통신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이통사 직원이 아니라 휴대폰 자판기를 통해 단말기가 판매될 경우 고객의 신원정보를 도무지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영국 현지 언론은 휴대폰 자판기가 테러범을 위한 올해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보다폰의 아이디어를 비꼬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와이즈는 수차례 폭탄테러를 경험한 영국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할 때 휴대폰 자판기가 보다폰의 희망대로 히트작이 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