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활성화가 우선인가, 공정경쟁 환경 조성이 우선인가.”
무선인터넷 망 개방 논의가 4년째 개방 필요성과 공정경쟁 환경 조성 논의 수준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외부 포털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동통신사 중심의 현행 폐쇄적 망 구조를 예로 들며 공정경쟁이라는 것이 아예 처음부터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무선 네트워크 융합 경향을 비춰볼 때 망 개망은 대세임이 틀림없다.
다만 이미 형성된 기존 시장 질서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단계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망 개방과 관련된 각 주체의 논쟁을 최소화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는 지적이다.
◇“망 개방은 대세”=유선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듯 통신 시장은 네트워크 중심에서 벗어나 데이터 중심으로 급속히 진화하는 추세다. PC통신 시절에는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 사업자들이 중심이었지만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콘텐츠를 보유한 외부 포털 사업자와 콘텐츠공급자(CP)가 중심으로 부상했다.
무선인터넷 분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초기에는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이통사가 중심에 서지만 서비스가 좀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부 포털이나 CP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통신위원회의 권용현 총괄과장은 “무선인터넷은 유무선이 통합돼 데이터 중심으로 발전하는 초기 단계의 시금석 역할을 하는 시장”이라며 “망 개방을 통해 데이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 모델을 하루빨리 찾아내야 IT839 전략에 대한 국가와 이동전화 사업자의 투자가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경쟁 가능할까”=망 개방 방법론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게 공정경쟁 문제다. 실제로 최근 통신위 조치로 무선인터넷 망에 대한 외부 포털의 접근이 크게 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포털 사업자들은 이통사 내부 포털의 회계나 조직을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내·외부 포털 간 완벽한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본다면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무선인터넷 시장 구조를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 회계를 분리하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통사나 솔루션 업체들이 지능망이나 신규 솔루션 개발에 노력해온 의욕을 꺾어 도리어 무선인터넷 투자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통사 서버에서 사용자의 화면을 제어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술(동적대기화면)이 도입되는 등 이통사의 지배력이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인데 단순히 이상적인 공정경쟁 이슈를 제기하는 것은 소모적인 논쟁으로 흐를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포털 사업자들도 무선인터넷에 대한 연구와 투자에 나서 이통사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노력을 함께 경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망 개방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한 정보통신부가 망 개방을 완성하기까지 단계적 로드맵을 만들어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개방 방법과 절차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신을 해소해 관련 주체들의 투자를 선순환시킬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무선인터넷 업계의 가장 큰 어려움은 시장 확대에 대한 확신이 없어 투자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는 것”이라며 “망 개방의 수위와 단계 조절도 시장 활성화라는 근본적 과제를 토대로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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