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일주일만 듣고 싶은데.” “친구가 듣고 있는 음악을 받아서 듣고 싶어요.”
바야흐로 디지털콘텐츠 시대다. 음악에서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까지 오프라인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콘텐츠를 온라인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유통채널이 온라인으로 옮겨왔을 뿐 디지털콘텐츠의 특성에 맞는 유통방식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최근 디지털저작권관리(DRM)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콘텐츠 유통형태도 다양해질 전망이다.
◇인터넷 자체가 유통망=SK텔레콤과 KTF가 ‘멜론’과 ‘도시락’에 도입하는 국제 이동통신표준화단체(OMA) 2.0 표준 DRM은 콘텐츠와 라이선스를 분리하는 ‘슈퍼 디스트리뷰션(Super Distribution)’ 기능을 기본 장착했다. 이 기능이 도입되면 자신이 휴대전화로 듣고 있던 음악을 친구에게 자유롭게 선물할 수 있다. 이를 넘겨받은 친구는 인터넷망에 접속해서 해당 콘텐츠에 대한 이용허락(라이선스)만 취득하고 음악을 감상하면 된다. 친구가 듣고 있는 좋은 음악을 갖기 위해 ‘멜론’이나 ‘도시락’에 접속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 기술은 기존 유통망 개념도 흔들어놓는다. 해당 콘텐츠를 P2P에 배포해도 라이선스를 통해 보호가 가능하므로 P2P 자체가 새로운 유통망으로 등장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디지털콘텐츠를 접하는 통로가 많아진다는 의미이므로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취향대로 듣자=곡당 몇 백 원을 받는 형태만 존재하던 시장에서 이동통신사가 처음 도입한 ‘월정액 대여’ 모델은 소비자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구소장할 수는 없지만 저렴하게 한 달간 마음껏 음악을 내려받아 들을 수 있어 유료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신 제너스DRM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월정액 대여 기능을 기본으로 하면서 대여기간을 소비자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현재 음악 월정액 대여 서비스는 5000원으로 책정돼 있지만 제너스DRM이 본격 적용되면 일주일만 듣고 싶거나 하루만 듣고 싶은 소비자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유료 음악에 부담없이 접근하게 된다.
특히, 특정 곡이 얼마나 소비됐는지 시스템적으로 파악해 권리자들에게 정산할 수 있으므로 질 높은 음악 생산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제너스DRM은 펀케익을 비롯한 여러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들이 적용할 계획이다.
◇시장 활성화에 기여=DRM이 유료 디지털콘텐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큼에도 각광받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콘텐츠 보호와 관리’라는 핵심 목표를 벗어나 이용자의 불편함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퍼 디스트리뷰션이나 다양한 정액제 기능 등을 탑재한 DRM 기술의 등장으로 DRM이 디지털콘텐츠 시장을 살찌울 것으로 보인다.
심영철 펀케익 사장은 “현재 디지털콘텐츠 시장은 오프라인에서의 콘텐츠 유통을 온라인으로 옮겨온 형태에 불과하다”라며 “디지털콘텐츠의 특성에 걸맞은 새롭고 다양한 유통방식이 등장해야만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