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망 개방 어디로 가나](4)망 개방 이후가 더 중요

 “무선인터넷 망 개방의 궁극적인 목표는 서비스 활성화입니다. 그간 이통사와 외부 포털 사업자 중심으로 진행돼 온 망 개방 논의를 콘텐츠 제공업체(CP) 및 단말기 제조업체로까지 확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터넷 포털 및 콘텐츠업계는 이통사의 플랫폼 프로토콜과 핫키(네이트·매직엔·이지아이) 개방은 무선인터넷 시장 활성화를 위한 최소한의 절차라고 입을 모은다. 망 개방 이후 무선인터넷 시장을 어떻게 키워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포털업계 한 관계자는 “실질적인 망 개방 요건인 플랫폼을 개방하기까지 무려 4년이 걸렸다”며 “망 개방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향후 창출되는 무선인터넷 서비스 시장이 이통사와 포털, CP가 동시에 윈윈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형성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양한 과금체계와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라=우선 무선인터넷 서비스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 업계의 공통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과금체계를 마련하고 유선 콘텐츠와는 다른 킬러형 무선 콘텐츠를 발굴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휴대폰을 통한 무선인터넷 서비스 제공을 원하는 사업자는 매우 다양하다. 유명 포털 사업자를 비롯해 공공기관, 협·단체, 기업 등 유선 사이트를 운영하는 대다수 사업자가 이에 해당된다. 콘텐츠 다운로드, 정보 제공, 웹 메일 이용 등 무선 서비스 제공 목표도 사업자마다 다르다. 그만큼 다양한 과금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공공기관 사이트를 운용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나 관광 관련 업계들은 사용자에게 무선인터넷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무선인터넷 접속시 발생하는 패킷 통화 요금을 사용자 대신 부담할 의향도 있지만 아직 그런 과금체계가 없어 진입 장벽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선인터넷과 구별되는 킬러형 무선 콘텐츠 발굴도 필수적인 과제다. 지금까지는 벨소리·게임·성인물 등이 무선 콘텐츠로 각광받았지만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온세통신이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선보인 개방형 독자 무선 포털 ‘쏘원(So1)’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것도 기술력과 인지도가 있는 주요 CP의 참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물론 ‘핫키’가 개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비스가 제공되긴 했지만 주목할 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 더 큰 이유라는 분석이다.

 결국 무선 망 개방을 통한 공정 경쟁 환경 조성이 단기적인 과제라면 콘텐츠 발굴을 통한 시장 규모 확대가 중장기 과제다.

 ◇포털·CP, 한목소리 내야=망 개방에 적극적이었던 유명 포털 사업자들과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CP들의 불협화음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유명 포털은 그간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망 개방을 적극 요구해 왔지만 과열 경쟁을 우려하는 CP들은 개방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포털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핵심 CP가 외부 포털의 시장 진입에 따른 과열 경쟁을 우려하고 있는데 크게 우려할 사항이 못된다”며 “망 개방을 통해 독자 무선 포털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가 많아지면 그동안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소외돼 왔던 영세 CP들의 기회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내외부 포털 간 경쟁이 격화되면 유료 시장으로 정착한 무선 콘텐츠 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망 개방을 앞두고 이 같은 포털과 CP의 엇박자는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단말기 제조업체·이통사·포털 사업자·콘텐츠업계가 균형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룰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