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8일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이 날을 ‘엔지니어링의 날’로 선포했다. 그런데 우연히도 이 날은 과학기술부가 부총리 부처로 격상된 날이었다. 올해 두 번째 엔지니어링의 날 행사는 과학기술부총리 체제 출범 1주년을 축하하는 기념행사를 함께 치렀다. 이 자리에서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앞으로 엔지니어링 업계 관련자들과 직접 만나 현안과 발전방안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과기부가 그 어느 때보다 엔지니어링 산업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제반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종사자로서 과기부의 노력에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엔지니어링산업은 최종 성과물이 다중이용 시설물로서 공공재적 성격을 지녀 국민의 안전과 복지 향상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또한 건설·정보통신·환경 등 여타 산업과의 연계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지식기반산업으로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엔지니어링산업을 뒤돌아보면 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도로·항만 등 건설엔지니어링을 필두로 발전소·댐 건설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발전했으며 경제발전과 궤를 같이하면서 국가산업의 근본으로 굳건히 자리매김을 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건설산업의 가시적인 결과물에 관심이 치우치면서 지식산업인 엔지니어링산업이 등한시됐다. 이 결과 국내 인프라 건설이 완료되고 각종 공장 등 플랜트산업이 정체된 2000년대에 들어서는 우수 인력이 기피하는 낙후된 산업 분야로 전락, 업계에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건설·플랜트 분야 해외진출도 외형적으로는 계약고 100억달러 이상을 달성했으나 현지에서 건설 인력을 고용하고 자재를 구매하는 등 내실은 보잘것없는 것으로 보인다.
엔지니어링업계 종사자는 주로 공과대학을 나온 사람들로 구성돼 있어 이공계 기피 문제가 엔지니어링 산업계의 고민거리다. 즉 엔지니어링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 인력이 지속적으로 유입돼야 하고, 상당한 보수체계가 갖춰져야 하겠지만 현실은 거리가 먼 형편이다.
최근 과기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엔지니어링의 장기적인 발전전략을 위해 제1차 중장기 기본계획(2003∼2007년)을 수립했고, 금년 9월 2일 범부처적으로 ‘엔지니어링 서비스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산업의 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서는 미흡한 면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중장기적으로 엔지니어링산업이 발전하려면 먼저 국제적인 마인드와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의 양성, 선진 기술 및 제도의 도입·개발이 전제돼야 한다. 또 국내 기업들의 원활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해외 정보의 수집·제공 등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책의 실효성 측면에서도 구체적인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확대하거나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업에 엔지니어링업체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비롯해 우수 인력의 유인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산·학 공동 연구개발(R&D)센터 설립 등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 엔지니어링산업 성장의 모멘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정책 마련을 위해 민·관·학·연이 모두 협력해 엔지니어링산업의 기반을 새로이 구축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 3만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민·관이 함께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과기부가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고 엔지니어링산업도 그 한 축을 담당하리라 믿는다. 과기부의 부총리 체제 출범 1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과학기술 한국의 미래를 변함없이 펼쳐나가길 기대한다.
◆조행래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장 hl@ken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