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열린 ‘IT와 한국의 미래비전’이라는 심포지엄에는 발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이 몰려 IT를 통한 한국 미래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지난 3년간 300여명의 연구진이 수행해온 ‘IT기반 미래국가 발전전략’ 연구의 결과를 총정리하는 자리로 한국 미래를 전망하는 20대 메가 트렌드가 발표됐다.
‘유비쿼터스 사회의 전망과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국제심포지엄이 7일 서울에서 열린다. 이 행사도 10년, 20년 후 도래할 미래 유비쿼터스 사회가 어떻게 다가올지, 그 사회를 위해 어떻게 대비할지를 조명해 보는 자리다. 기조강연은 일본 트론(TRON) 프로젝트의 리더이자 유비쿼터스 분야의 세계 석학인 사카무라 겐 도쿄대 교수가 맡았다.
문득 우리 IT의 우수성을 과시할 좋은 기회에 행사의 시작을 성대하게 열어줄 미래 석학이 우리나라 사람이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IT의 미래, 나아가 우리 인류의 미래사회에 대해 자신있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세계적인 미래학자가 우리나라에도 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필자만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최근 미국 ‘포린 폴리시’와 영국 ‘프로스펙트’란 잡지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중적 지식인 100명을 선정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와 저술가로 맹활약하는 토머스 프리드먼,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 ‘문명의 충돌’과 ‘역사의 종언’으로 각각 알려진 새뮤얼 헌팅턴과 프랜시스 후쿠야마, 현존하는 석학인 위르겐 하버마스 등 예상했던 인물들은 당연히 뽑혔다. 하지만 명단에 한국인은 1명도 없었다.
급변하는 세계와 불확실한 미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의 끊임없는 화두다. 10년 전 모습과 현재를 비교해 보면 현대 사회가 얼마나 급박하게 변하고 있는지 충분히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조금이라도 먼저, 조금이라도 멀리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노력해 왔다. 뉴스에 귀 기울이고, 새로 나온 정보를 남보다 먼저 획득하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미래에 닥칠 일을 예상하고 상황의 변화에 ‘남들보다 먼저’ 적절히 대응하는 사람과 조직이 승리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미래학자 하마다 가즈유키는 ‘미래 비즈니스를 읽는다’란 책에서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미래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과 일본의 미래 예측 시스템을 집중 분석하고 나아가 미래를 지배할 산업까지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도래할 사회는 유비쿼터스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미래학’이란 학문도, ‘미래학자’라는 전문집단도 없는 실정이다. 미래학이란 개인이나 조직, 비즈니스, 나아가 국가와 사회가 직면하는 위험을 사전에 감지함으로써 예기치 않은 충격이나 피해에 대비하고 진보와 혁신을 통해 남보다 한 발 앞서 나가게 하려는 실천적 학문이다.
10년, 20년 뒤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민하면서 기술적 시각에서만 미래를 바라보고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1년을 내다본다면 곡식을 심고, 20년을 내다본다면 나무를 심고, 한 세기를 내다본다면 사람을 키우라’는 속담이 있다. 미래에 투자하지도, 미래전문가를 양성하지도 않으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다’고 말만 앞세우는 게 우리 사회 풍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제 한 세기를 내다볼 미래전문가를 양성하고, 미래학 같은 분야에 투자해야 할 때다.
미래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이 현재 IT강국임은 물론이고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도 리더가 될 것임을 알리자. 이들은 한국 미래사회를 다양한 분야에서 대표하고 대변할 것이며, 나아가 우리의 견해가 세계 IT질서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도록 할 것이다.
◆김창곤 한국전산원장 ckkim@n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