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벤처캐피털이 초기단계 벤처보다 성장성이 검증된 중견 기업에 대한 대형투자를 더 선호하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10일 보도했다.
보도는 닷컴붕괴 이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벤처캐피털들이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갖춘 중견 기업을 통해서 여유자금을 소진하려는 보수적 투자경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벤처캐피털협회(NVCA)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미국 벤처캐피털업계의 투자금액 중 절반(50%)이 IPO 직전의 확장단계 기업에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 3분기의 15.5%와 전년동기 33%에 비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창업, 초기단계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비중은 지난 2000년 27.4%에서 지난해 3분기 22.4%, 올해 3분기는 19%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또 IPO 직전의 이른바 ‘프리(Pre) IPO기업’에 대한 평균 벤처투자금액은 지난 3분기 1060만달러로 전년대비 5% 증가해 프리 IPO기업에 대한 투자가 대형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창업단계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평균 200만달러, 초기단계 벤처기업의 경우 평균 540만달러로 규모가 훨씬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캐피털이 투자규모가 큰 프리IPO기업을 선호하는 첫번째 이유는 닷컴 호시절에 유치했던 수백억달러의 뭉칫돈을 가능한 올해안에 소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이 이 뭉칫돈을 갚아야 하는 상환시점은 오는 2010년에 몰려 있다. 벤처캐피털의 자금회수가 보통 5년 주기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할 때 자잘한 벤처기업보다 투자규모가 큰 프리IPO기업에 지금이라도 돈을 맡기는 것이 남는 장사인 셈이다. 또 투자금을 빨리 회수하는 측면에서도 IPO에 가기 직전의 기업체나 M&A가능성이 높은 중견기업이 훨씬 유리하다.
벤처캐피털이 프리 IPO기업에 매달리는 두번째 이유는 요즘 새로 생기는 벤처업체들이 예전보다 벤처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벤처의 경우 IT기술의 발전으로 창업비용이 과거의 10분의 1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창업단계의 벤처기업들은 번거로운 벤처캐피털 사용을 가능한 피하는 추세라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IDG벤처의 한 관계자는 “많은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남아도는 자금을 어딘가 투자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위험 고수익`인 소규모 벤처보다 수익성은 낮아도 대규모 투자에 유리한 프리IPO기업의 투자비중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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