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월드컵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행복과 감동의 시간이었다. 국가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너나없이 거리로 나가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어깨를 걸고 ‘대한민국∼’을 외쳤고, 이런 국민적 에너지가 만들어낸 4강 신화는 전세계에 우리나라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세계는 조용함 속에 숨어 있었던 한국인의 뜨거운 열정과 그 정돈된 표출에 놀라며, ‘원더랜드 코리아’를 화제로 삼았다.
당시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우리의 거리 응원만은 아니었다. 어디나 보급되어 있는 초고속인터넷, 몇 걸음마다 마주치는 PC방, 언제 어디서나 터지는 이동전화와 풍부한 콘텐츠 등 우리에게는 자연스러운 IT 인프라가 월드컵 기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원더랜드였다. 외신 기자단은 곳곳에 마련된 인터넷 시설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고국에 경기 결과를 송고하면서 연방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월드컵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한번 세계의 눈이 우리나라로 몰리고 있다. 지금 부산에서는 2005 APEC 정상회의가 한창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세계 경제 강국을 모두 망라하는 21개국의 정상과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계 리더들이 항도 부산에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2005 APEC 정상회의는 IT 강국 한국이 주최하는 행사답게 최초로 IT 전시회가 함께 열려 월드컵 이후 더 놀라워진 IT 한국의 모습과 새로운 도전을 전세계에 과시하게 된다. 특히 내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는 무선 초고속인터넷 와이브로(WiBro)가 APEC 행사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되어 가장 앞선 우리의 유비쿼터스 정보기술을 세계 리더들이 직접 체험하고 있다.
또 BEXCO 내의 IT 전시관에서는 와이브로를 포함해 DMB·텔레매틱스·디지털 미디어·로봇 등 많은 첨단 IT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작년 미국의 포천지가 우리나라를 ‘브로드밴드 원더랜드’라고 칭했던 것처럼, 어쩌면 이번에는 어느 외신에 의해 다시 한번 ‘유비쿼터스 원더랜드’로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간 우리나라 IT 산업은 IT의 지향점인 모든 인간의 삶에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제공하기 위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앞선 도전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고, 우리 경제의 성장과 재도약의 버팀목이 되어 왔다. 기업들은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로 선도적 위치를 확보했고, 정부는 적극적인 정책 인프라 구축으로 후원한 덕분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IT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IT 분야 수출 규모는 올해 총 850억달러로 국내 총수출의 약 30%를 차지한다. 양적인 규모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이제는 세계의 리더들 앞에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는 우리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앞선 기술이 자랑으로만 그쳐서는 안 되겠다. 지금 부산에 모인 리더들의 어깨에 각국의 도전과 변화에 대한 책임이 지워져 있듯, 세계의 IT 리더인 우리나라로서는 우리의 앞선 IT를 보며 놀라는 세계의 많은 사람이 직접 그 편리함과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이제 정부와 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할 것 없이 IT 분야의 모든 종사자가 수출을 통해 우리의 앞선 IT를 세계에 전파하는 방법, IT를 통해 전세계인의 생활을 놀라움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IT를 통해 놀라움(wonder)으로 가득 찬(full) 세상을 만드는 즐겁고도 무거운 책임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남중수 KT 사장 ceo@k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