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새 집, 새 학교는 싫다"

10년 전만 해도 도배 풀 냄새 향긋한 새 집으로 이사하는 일은 집안의 경사였다. 아이들은 반들반들 ‘니스’ 칠이 된 바닥을 양말발로 미끄러지며 떠들썩거렸고 주부는 새 집 자랑 준비에 마음부터 분주했다.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너무도 달라졌다. “어린 아이들 있는데 어쩌려고 새 집으로 이사하니” “신설학교라며, 괜찮을까”.

 주변에서 이런 말들이 끊임없이 들리는 것은 필자의 직업이 새집증후군 차단 제품과 관련 있어서만은 아닌 듯하다. 새 건물, 새 가구, 심지어 새 자동차까지 유해물질 방출량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보도를 누구나 접했을 것이다.

 직업상 주위 물건들이 온통 측정 대상이어서 계측기를 대보면 화장품·신발·새 옷까지 별별 것들이 오래된 물건보다 유해물질 방출 정도가 심하다. 아는 게 병이라던가. 며칠 전에는 아이들 방에 들여 놓은 MDF 책꽂이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당장 베란다에 내놓고 바람 쏘이고 햇빛 쪼이다 새삼 한숨을 내쉬었다. 새 것이 헌 것보다 반가울 수 없다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시공 상담을 나가면 이제 소비자들이 웬만한 기업체 환경관리 담당자보다 실내 공기 오염의 심각성이나 우리나라 건자재 특성에 대해 더 박학다식한 경우가 적지 않다.

 언론이 부풀려 놓았기 때문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실제 피부염이나 호흡기 질환, 만성 두통으로 고생한 고객들의 사정이 너무 절절하다. 온갖 방법을 다 해보다가 해결이 안 돼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광촉매 시공을 결심했다는 고객들을 접하면 안타깝다. 아직도 수입에 의존해 비싼 원료비에, 시장이 만개하지 않아 높을 수밖에 없는 시공인건비 때문이다.

 그러다가도 효과에 만족한다는, 고맙다는 고객들의 반응이 있을 때면 감사하고 뿌듯해진다. 그런 뿌듯함을 더 많이 얻기 위해 더 열심히 뛰고 원가를 낮추고 일본 제품을 넘어서는 국산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겠다.

◆안우정 그린베어서비스네트워크 이사 woody777@greenbea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