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낮,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우리나라 최고과학자와 언론사 기자들 간 때아닌 추격전이 벌어졌다. 제럴드 섀튼 미 피츠버그대 교수의 결별선언이 보도된 이튿날인 이날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CNN 2005 코리아 미디어 콘퍼런스’에 황우석 교수가 기조연사로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외신 기자 50여명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2시 정각 황 교수는 출입구에 진을 친 기자들을 따돌리고 콘퍼런스장에 유유히 나타나 2시 20분 예정된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한 시간 동안 ’혁신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주제로 줄기세포 연구 과정들을 슬라이드자료와 함께 소개했고 이때만 해도 기자들은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이 예정돼 있을 것으로 판단,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황 교수는 연설이 끝나 자리에 앉자마자 다음 연사가 발표하는 도중 콘퍼런스장 정문이 아닌 무대 쪽문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마침 앞줄에 앉아 있던 기자를 포함, 몇몇은 황 교수를 쫓아갔지만 경호원과 CNN 쪽 직원들에 겹겹이 싸여 결국은 그를 ‘놓쳤고’ 정문 쪽에 서 있던 나머지 기자들이 황 교수를 향해 호텔 바깥까지 전력 질주를 했지만 이미 사라진 뒤였다.
황 교수는 그간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된 난자 제공의 윤리 시비가 불거질 때마다 세간에 나도는 의혹을 단호하게 부인해 왔다. 그러나 그를 ‘형제(brother)’라고 부르며 국제 무대에서 가장 강력한 후원자를 자처해 온 섀튼 교수가 등을 돌린 마당에 전세계인은 황 교수의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를 궁금해하고 있다.
황 교수는 이날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연구에 기꺼이 난자를 제공해 준 많은 성스러운 여인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달 서울대 병원에 개소한 세계줄기세포허브에 수만명의 환자들에게 햇빛을 보여주려는 희망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다”고도 했다.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그의 연구가 생명윤리 논란으로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국민은 더욱더 이번 사태의 전말을 황 교수의 육성을 통해 듣고 싶어하는 것이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