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복되는 자연 재난에 큰 희생을 치른 국제 사회는 뒤늦게나마 대비책 마련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두 차례의 허리케인을 겪은 미국은 신속한 구조활동을 위해 일원화된 재난지휘체계를 마련했고, 쓰나미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인도네시아도 위성을 활용한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해 긴급 상황 발생시 대응력을 높였다.
태풍이나 홍수 등 재난 발생 위험이 큰 우리나라 또한 예기치 않은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공공 안전 및 국가 재난 관리기관들이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전국적인 재난 대비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 소방방재청은 긴급 상황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Government Radio Network)과 같은 체계적인 재난시스템을 마련중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 구축되었던 각 관련기관의 시스템과 단말기 간 상호연동이 요청되는데,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전국의 재난 관련기관끼리 그룹 통화를 할 수 있어 유관기관 간 음성 통신 및 데이터 통신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전국 통합지휘무선통신망이 구축되면 긴급구조 등 재난현장에서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확보함은 물론이고 재난 관련기관들의 정보소통을 원활히 함으로써 인명보호와 함께 재난현장 수습 등 효율적인 업무 수행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선진국들은 자국 내 재난관리 기관뿐 아니라 주변 국가와의 협력을 위해 이미 재난 관련기관 간 연동이 가능한 디지털 테트라(Digital-TETRA) 방식으로 통합망을 구축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7·7 테러 발생시 디지털 테트라 시스템을 활용한 효율적인 대처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했다. 테트라 방식의 단말기 한 대로 무전기와 휴대폰, 데이터 전송이 가능했으며, 암호화 기능과 등급별 통화라는 신속한 통신을 제공했다. 영국 소방국과 구조대는 올해 말까지 디지털 테트라 방식으로 재난통신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네덜란드는 지난 99년부터 무선호출기로 불리는 페이저 서비스, 음성, 데이터를 지원하는 전국적인 디지털 통합망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네덜란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무전기 통신 프로젝트로, 디지털 테트라 방식을 이용한 성공적인 통합망 구축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핀란드도 지난 97년부터 정부가 직접 투자해 디지털 테트라 방식의 단일 통합망을 구축했다. 경찰·소방·119는 물론이고 국방부·내무부·환경부·법무부 등에 이르기까지 10여개 중앙정부기관이 단일 통합망을 사용중이며 기지국은 1300개, 가입자 수는 5만명에 이른다.
이처럼 해외 선진국들은 국가통합망을 구축해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국가통합망으로 주로 채택된 테트라 방식은 공공안전망을 위해 고안되어 통화권 및 시스템 설계가 자유롭고 암호화 기능으로 보안을 유지하며 동시에 다수의 사용자가 통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쓰나미와 허리케인·카트리나 등의 예를 통해 늑장 대응이 얼마나 많은 경제적·인적 피해를 가져오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변화하는 국제 사회의 재난 대처법을 보면서 한 나라의 재난 위기는 비단 한 사람의 일만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도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재난관리의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국가통합망을 구축하기 시작됐다. 예고없이 찾아오는 재난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한 긴급 명령 및 지휘체계 통신을 목적으로 오는 2007년 말까지 구축될 예정이다. 이러한 단일 국가통합망을 통해 긴급사태 발생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재하 한국전파진흥협회 부회장Jae.ha.Park@motoro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