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과학기술부가 부총리 부처로 격상되고 부총리 산하에 과학기술혁신본부라는 국내외적으로 유례가 없는 조직이 새로 설치됐다. 이는 40여년 동안 유지되어온 과학기술 행정체제를 획기적으로 바꾼 것으로 우리 경제발전 전략의 근본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40여년의 짧은 기간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고도·압축성장을 이루어 왔다. 그렇지만 노동과 자본의 양적 투입에 의한 성장전략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10년째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대에 머무르고 있다. 또 최근 들어 우리 경제가 선진국의 견제와 후발국의 추격 속에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21세기 지식기반경제 시대에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인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과학기술 행정체제를 새롭게 개편한 것이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최근 “과학기술과 R&D의 중요성이 확산되면서 전 부처가 R&D부처화하고 산업 간 융합에 따라 부처 간 조정이 힘들어지고 있으나 혁신본부의 중재로 과기분야에서는 갈등이 축소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4월 과학의 날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산자부·정통부·건교부·해양부 등 여러 부처의 장관과 청장이 참석하기도 했다.
또 최근 인간 배아줄기세포 배양, 16기가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개발, 새로운 모양의 DNA 입체구조 구명 등 세계적인 R&D 성과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도 과학기술 인프라 순위가 크게 상승하여 우리나라 전체 경쟁력 상승에 큰 힘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외적으로도 한국의 과학기술 행정체제에 대한 세계각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이언스지는 ‘과학기술, 정부 최고 현안으로 급부상’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OECD는 특별보고서를 통해 각각 과기부의 부총리 부처 승격과 의미를 상세히 소개했다. 또 영국의 재무장관은 G7회의에서 “한국의 R&D 체계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언급하였으며 최근에는 핀란드 기술청이 “향후 한국이 세계 R&D 분야의 선두주자 중 하나가 될 것이며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정부 정책의 중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내년 R&D 예산을 합리적으로 조정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부터 과학기술혁신본부가 R&D 예산의 조정권을 가지는데 이는 기획예산처의 예산 편성권에 대한 유일한 예외이자 과기부총리의 정책조정권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창조적 인재양성, 지방 R&D와 기초연구투자 확대 등에 집중 투입되도록 편성된 2006년도 R&D 예산의 배분 과정에는 각계를 대표하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여 전문성과 투명성이 한층 높아졌다.
아울러 전년도 R&D사업의 평가결과를 반영하여 중복·과잉투자를 방지하는 동시에 공정한 예산 편성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또 R&D 예산을 획기적으로 증액하기로 한 것도 새로운 과학기술행정체제의 주요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내년 R&D 예산 규모는 금년에 비해 15% 증가한 8조9729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최근 수년 간 가장 높은 증가율로서 국가 전체 예산 증가율 6.5%를 두 배 이상 상회하고 있다. 최근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R&D 예산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내년에 2700억원 규모의 과학기술국채를 발행하기로 하여 R&D 투자재원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처럼 새로운 과학기술행정체제가 자리를 잡아 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성과와 가능성은 한국 과학기술의 역량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앞으로 과학기술혁신본부는 R&D 투자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실천해 나가면서 부문 간 동반성장과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창출에 더욱 역점을 둘 계획이다. 과학기술혁신을 통한 국가발전에 정부와 국민이 모두 힘을 모은다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한국도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임상규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sanggyu@mos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