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IT 코리아와 마음 도둑

[리더스포럼]IT 코리아와 마음 도둑

세계의 이목을 받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회의를 통해 우리나라는 정치·경제적 위상과 국가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였다. 특히 17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회의에서는 출범 이후 최초로 IT 전시회를 동반 개최함으로써 대한민국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상과 유비쿼터스 실현에 앞장서는 ‘IT 원더랜드, 코리아’의 모습을 세계인에게 강하게 각인시켰다.

 로봇·건강·교육 등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주제관을 비롯해 우리나라 대표 IT기업의 최첨단 제품과 와이브로·DMB 등의 서비스를 체험한 외국인들은 ‘IT강국 코리아’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아울러 e뱅킹·e트레이딩·e커머스를 생활화하고, 이제는 모바일을 활용하여 m뱅킹·m트레이딩·m커머스를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건국 이래 세계 무대에서 최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후발 국가의 추격이 치열하며, 선진국의 입지 회복을 위한 견제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의 성장신화를 지속하고, 굳건히 선진국 대열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하는가. 바로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IT 인프라의 혁명에 가까운 눈부신 발전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원소스 멀티유스’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TV 시청도 예전에는 안방에서만 가능했으나, 지금은 케이블TV를 비롯해 인터넷·휴대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겨울연가’의 경우 드라마 한 편으로 수출뿐만 아니라 인터넷·휴대폰 등을 통해 무려 2조1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보았다고 하니 경쟁력 있는 콘텐츠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우리의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려면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 질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기본 환경인 콘텐츠 유료화가 여전히 이슈가 되고 있고, 무선데이터 시장은 예상과 달리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소비자가 치르는 대가 이상의 사용가치나 경험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게 핵심일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보고, 듣고, 즐기고 싶어하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와 함께 네트워크·미디어 그리고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콘텐츠와 인프라가 상호 자극과 견인을 통해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저작권을 보호하면서도 음악 서비스를 적정한 가격에 제공하여 가입자 기반을 넓히려는 새로운 시도가 진행중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도 ‘도시락’이라는 음악 서비스를 내놓아 시장과 고객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이 소비자와 기업이 상호 윈윈 하는 모델이 많이 생길수록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은 탄탄해지리라 믿는다.

 21세기는 마음산업의 시대다. ‘고객의 마음 도둑’이 되어 고객을 즐겁게 하고, 감동을 주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고객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시대와 고객의 변화를 읽고 고객에게 눈을 맞추며 귀를 기울이다 보면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은 강해지고 더욱 멋진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조영주 KTF 사장 cso@kt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