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시련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많은 기업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테러와 자연재해 등에 따른 고유가 및 불황으로 국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우리 기업들은 내부의 업무를 효율화하고 원가절감을 실현해야 다가올 호경기를 맞이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내부업무를 효율화하고 원가절감을 실현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구매’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흔히 ‘구매’에 대해 돈만 있으면 필요한 것을 사는 게 어렵지 않으며, 값싸게 사기만 하면 끝나는 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구매라는 것이 한 기업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기업 경영에 중요한 기능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해외 선진 기업들은 익히 구매의 중요성을 인식해 경영개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IBM이 90년대 초 심각한 경영위기에서 선회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 바로 구매혁신에서 비롯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또 GE는 구매를 ‘혁신의 산소’로 규정해 경영혁신의 기반으로 삼기도 했다. 이처럼 구매는 단순히 기업에 필요한 자재를 조달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인식되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 해외 선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구매전략은 ‘LCC(Low Cost Country) 소싱’이다. 인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LCC 소싱은 99년 전체 기업의 20% 수준에서 지난해 50% 이상으로 확대됐으며 2009년에는 이들 기업의 70% 이상이 중국에서 소싱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대응전략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기업들의 구매는 제한적인 수준의 구매비용 절감 수준에 머물러 있고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이러한 외부의 경영환경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어려운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더 비싼 가격에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
21세기는 단독기업이 지역 및 국내에서만 경쟁하던 시대에서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전체 공급망을 가지고 세계에서 경쟁하는 공급망 경쟁의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도 구매라는 기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면 현재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이겨 나가는 데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공급망 경쟁의 패러다임을 직시하고 전체 공급망의 관점에서 새로운 구매전략을 마련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여 LCC 기업 대열에 합류하는 등 새로운 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기업보다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일수록 제품개발·연구·개발구매·생산과 같은 핵심역량에 집중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액 비중은 전체 구매금액의 20% 이하이지만 업무 비중은 80% 이상을 차지하는 소모품 구매는 기업용 소모성자재(MRO) 전문업체를 통하면 기존 구매가보다 20% 정도의 원가절감과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 2000년부터 대기업들은 이미 핵심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이러한 MRO 전문업체를 통해 소모성 자재 구매를 아웃소싱하는 것이 보편화돼 왔다.
이제 중소기업도 이런저런 이유로 실행하지 못했던 내부 업무 효율화 및 원가절감 구현을 구매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서 시작해야 하며, 구매혁신활동을 통해 경쟁력을 한층 높여야 한다.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길러야만 우리나라 산업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만영 아이마켓코리아 사장 hyunmy@imarket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