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SBC와 합병으로 미국 최대의 통신사업자로 거듭난 AT&T가 전화, 인터넷, 방송을 묶는 통합서비스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120년 역사의 통신제국 AT&T가 전성기의 영광을 되찾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22일 보도했다.
SBC와 합병작업을 마무리한 AT&T는 전날 새로운 기업로고와 함께 장거리 전화회사에서 종합 멀티미디어 기업으로 변신하는 AT&T의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비록 합병의 주체는 SBC지만 인지도를 감안해 AT&T란 브랜드를 그대로 쓰기로 했기 때문에 외견상 AT&T는 연매출 900억달러, 미국통신업계를 대표하는 공룡기업으로 다시 우뚝선 셈이다.
AT&T의 신임 회장인 에드워드 휘테커는 방송, 인터넷, 전화를 통합한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를 개인과 기업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AT&T의 차세대 성장전략에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측은 이같은 전략하에 다음달부터 초곳속 인터넷망으로 TV방송을 보내는 IPTV서비스를 시작하고 향후 18개월내 1000개 이상의 채널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위성TV사업자 에코스타와 제휴하며 방송분야에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또 AT&T는 휴대폰 TV광고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보내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미 AT&T는 야후와 제휴해서 휴대폰으로 음악, 동영상, 이메일, 검색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야후 폰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AT&T의 주력사업이 120년만에 음성전화에서 영상 콘텐츠로 바뀌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해 통신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AT&T의 이러한 행보는 통신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자회사에 인수된 교훈을 바탕으로 디지털 융합 통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신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AT&T가 왕년의 영광을 되찾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AT&T가 눈독을 들이는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시장은 이미 컴캐스트 같은 케이블회사나 위성회사들이 한발 앞서 뛰어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AT&T의 최대 라이벌인 버라이즌 역시 장거리 전화회사인 MCI를 인수하고 IPTV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엔 시스코마저 미국 2위의 TV셋톱박스 업체인 사이언티픽 아틀란타를 인수하고 방송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또 AT&T가 추진하는 IPTV가 기술적으로 안정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시장수요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컴캐스트의 브라이언 로버츠 회장은 “위성TV와 케이블 회사들로 이미 포화상태가 된 TPS시장에서 AT&T가 추가로 끼어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AT&T의 비전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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