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
제임스 글릭 지음·황혁기 옮김, 도서출판 승산 펴냄
“무언가가 어떻게 알려지게 되는지, 무엇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어느 정도까지 사물이 알려져 있는지(어떤 것도 완전하게 알려지지 않으므로), 의심과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루는지, 어떤 규칙들이 증거가 되는지,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사물을 생각해야 하는지, 진실과 사기를 그리고 허식을 어떻게 분별하는지 가르치는 길이 바로 과학입니다.”
파인만은 유명한 일급 물리학자다. 양자론의 개척자이자 원자폭탄 계획의 ‘악동’이었으며, 우주왕복선 사고를 예리하게 파헤친 조사위원이었다. 생기 넘치는 봉고 주자에 이야기꾼이었던 파인만은 자연계가 제시하는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지닌 학자였다.
그는 얽매임 없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했으며 자신이 학계의 권위자였음에도 권위를 거부하고 독자적 사고를 추구한 인물이었다. 또한 물리학계에서 천재적인 인물로 소문이 났지만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 ‘천재’였다. 수학자 마크 카츠는 파인만을 일컬어 최고 수준의 ‘마법사 천재’라고 했다.
이 책은 천재 과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사망한 지 4년 만인 1992년 제임스 글릭이 그의 가족, 동료, 예전 학생, 친구들을 취재하고 각종 자료를 모아 작성한 파인만 전기다.
어릴 적 파인만이 살던 곳 파라커웨이 시절에서부터 MIT와 프린스턴 대학교 시절을 거쳐 코넬 대학에서의 생활 등 과학과 함께 한 일생을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잔잔히 그려냈다. 이 책을 대하면 1920년대 파라커웨이에 살았던 유대인들의 생활상을 느낄 수 있다.
당시 미국의 일류 대학에서 대대적으로 표방했던 반유대주의, 제2차 세계대전 중 로스앨러모스의 풍경, 종전 후 대학 간의 경쟁, 노벨상 선정과 수상에 얽힌 역학관계, 챌린저호 참사를 조사한 대통령 직속 조사위원회 배후활동 등의 내막은 흥미진진하게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저자는 철저한 자료 조사에 입각해 예리한 시각으로 천재 물리학자의 인간적·학문적 한살이와 20세기 물리학의 흐름을 표현해 냈다. 무엇보다 한 개인의 천재성이 어떻게 빛나게 되었는지를 파헤친다. 글릭은 파인만이 직접 남겼거나 인용·언급됐던 개인적·공식적 기록을 일일이 들춰보고 파인만의 식구들·친구들·동료들 그 밖의 지인들을 세심히 취재해 표현했다. 그동안 인간 파인만에 대해, 물리학자 파인만에 대해 무심코 지나쳤거나 잘못 알려졌던 사실까지 짚어가며 세기의 천재를 되살려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이자 스승이며 한 남자로서, 노벨상 수상자이며 아버지로서, 언제나 유쾌하고자 했던 한 인간으로서 리처드 필립스 파인만을 만날 수 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