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역기능 방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정부 산하기관 및 민간단체들이 앞다퉈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기관이나 단체의 설립 취지에도 맞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터넷 역기능으로 인한 폐해를 줄일 수 있다면 이처럼 각 기관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역기능 방지 사업을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이고 민간 자율운동으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역기능 방지 사업들이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각 기관 나름대로 중구난방식으로 벌어진다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단순히 기관이나 단체의 실적만을 나타내는 ‘보여주기식 사업’에 그칠 공산도 없지 않다. 따라서 이런 단점을 없애고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진 주체별 역할을 조율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인터넷 역기능 방지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을 보면 정보통신부·한국정보문화진흥원·정보통신윤리위원회·청소년위원회 등으로 인터넷·정보문화·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기관들이다. 정통부는 인터넷정책과·정보이용보호과·정보이용촉진과 등 3개 과에서 산하기관을 따로따로 관리하면서 역기능 대책을 경쟁적으로 수립, 관련사업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여기에 문화관광부가 게임을 중심으로 한 역기능 방지에 나설 계획이고, 인터넷진흥원이 내년부터 역기능 대응을 주요 사업으로 벌이기로 했다. 역기능 방지 사업을 벌이는 민간단체도 줄을 잇고 있다. 사이버명예시민운동본부·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한국정보처리학회의 인터넷윤리진흥본부 등 추진주체가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라지만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과 사이버 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어선 현실을 고려하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각 기관이나 단체가 벌이는 역기능 대응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대동소이하다. 물론 사업 내용들이 형벌 등 강력한 규제를 앞세우기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졌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또 여러 기관에서 중복적으로 비슷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역기능 방지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등 일정 효과가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유사한 성격의 역기능 방지 대책을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서 중구난방식으로 추진할 경우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또 일관성 있게 추진하지 못함으로써 효과도 없이 예산낭비만 초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더욱이 사회적 합의나 조율 없이 중구난방식 사업을 벌일 경우 정보사회의 기반인 사이버 공간의 특성에서 비롯된 역기능을 막으려다 순기능까지 억누르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인터넷 역기능 방지사업을 추진하는 주체가 난립하는 1차 책임은 각 기관 및 민간 단체에 있다. 이미 유사한 성격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관이 있는데도 이를 따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암묵적이기는 하지만 ‘기관 생색내기’ 의도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런 문제점을 감안해 각 기관 및 단체가 따로따로 나서 인터넷 역기능 방지사업을 벌이기보다 유사한 사업의 경우 공동으로 추진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혼란도 방지하고 실효성도 높일 수 있다. 또 정부도 인터넷 역기능 방지사업들이 효율적으로 펼쳐질 수 있도록 각 사업 추진 주체를 연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 역기능 문제가 더는 방치할 수 없을 정도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각 기관 및 민간단체의 사업 확대 움직임이 있는데도 정부가 관련 정보화 역기능 해소 분야 예산을 줄이기로 한 것은 분명 재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