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거에 밀린 풀뿌리 정보화

류경동

 ‘마을 어귀에 화단을 새로 조성하는 게 시급할까, 관내 지리정보시스템(GIS) 구축 작업을 마무리하는 게 중요할까.’

 각급 지자체 예산담당 공무원이라면 한번쯤 해봤음 직한 고민이다. 한정된 예산에 집행해야 할 사업은 많을 때, 이들의 근심거리를 덜어주는 이가 바로 지자체장이다. 예산·인사권을 가진 단체장의 의지와 철학이 따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거철이 다가오면 선출직인 이들 지자체장의 판단기준은 흐려진다. 표심의 향배를 좇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화단 조성과 GIS 구축을 놓고 보자면 당연히 전자가 먼저다. 후자가 뭔지도 모르는 마을 어르신들 표 떨어질 사업에 선뜻 예산을 집행할 단체장은 없다.

 평소에 그렇게도 ‘정보화 마인드 제고’를 외치던 단체장들 역시 선심성 사업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때가 바로 선거철이다.

 바야흐로 내년 5월 31일 지방선거를 앞둔 각급 지자체에서는 정보화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정보화 사업에 예산 책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중앙정부에서 관련 국비를 광역자치단체에 내려보낸다 해도, 이 돈이 기초단체에까지 제대로 흘러들어갈지는 미지수다. 한 기초단체의 정보화 담당 공무원은 “신규 사업은 어림없고, 기존 시스템의 유지·보수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올해는 민선 자치제가 도입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그간 민원 서비스를 확대하고, 복지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주민과 어울리는 행정을 펼친 노력은 지방자치제의 좋은 결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표를 의식한 전시 행정이나 무분별한 난개발 등은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보화 사업도 ‘표를 의식’하게 해야 한다. 정보화 예산을 깎으면 표심도 등을 돌린다는 사실을 단체장들이 인식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주민 생활에 밀착된 정보화 프로젝트여야 한다. 담당 공무원들 역시 더욱 적극적으로 단체장들을 설득하고 관련 사업의 필요성을 앞장서 피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컴퓨터산업부·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