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다시 벤처를 바라본다

[월요논단]다시 벤처를 바라본다

최근의 벤처 상황과 관련, 나는 초기 벤처산업 성장 과정에 일정 역할을 담당한 사람들의 일원이었다고 자부하면서도 그만큼 한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일각에서는 벤처업계의 사회적 신뢰 상실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건전한 많은 벤처기업인의 사기가 저하되거나 모처럼 되살린 벤처 활성화에 악영항이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작지 않다. 자신의 사업이 바쁜 와중에서도 벤처산업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위해 기꺼이 함께 노력했던 사람들은 나름의 책임감을 느끼며 반성과 대안 모색에 바쁜 요즘이다.

 오늘 한국의 벤처를 어떻게 볼 것인가.

 벤처는 도전정신과 창의성·혁신·유연성·기술력 등을 특징으로 디지털화·글로벌화된 경제의 빠른 발전 속도와 지구적인 경쟁에 더욱 잘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모델로 우리 사회에 등장했다. 이익의 원천이 무엇보다 지식과 창의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사업구조부터가 새로운 시도였다. 돈과 사람이라는 기업자원도 기존 대기업 집단 중심에서 벤처기업으로까지 분산돼 자원배분이라는 바람직한 현상도 보여줬다.

 벤처는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종속적이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벤처는 대기업 사업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기술과 속도로써 대기업 사업 성장에 많은 순기능적인 기여를 했다. 벤처의 일정 발전단계에서 꼭 필요한 고급 전문인력은 모두 대기업에서 훈련된 사람들로 공급될 정도로 대기업이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벤처는 또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력임이 분명하다. 지난 3년간 거래소 시장에 신규로 상장된 기업이 고작 35개사인 데 비해 같은 기간 코스닥에 등록한 기업은 276개사로 그중 60% 가량이 벤처기업이다. 벤처산업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오늘 우리 경제는 더욱 큰 대기업과 활력을 잃고 추락하는 중소기업들로만 이루어진 끔찍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벤처의 성장과정에서 벤처업계가 잘못한 점이 적지 않았고 최근까지도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2000년 벤처 거품의 마지막 후유증이라고 믿고 또 바라면서 다시 한 번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기 반성 및 자정 노력이 좀 더 가속되고 더욱 투명해진 기반을 조속히 만들어 내기 위해선 사회적 관용이 필요하다.

 오늘의 시각에서는 잘못된 것들이 당시에는 이해될 수도 있는 사회적 환경이 있었거나, 혹은 잘못의 법적인 무게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교통신호 위반하는 정도의 가벼운 죄책감으로 행해진 것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처벌의 목적이 그것을 통해 잘못을 교정하자는 것이라면 최근 벤처 관련 문제는 잘못에 대한 자기 반성과 사회적 관용만으로도 교정될 수 있을 것이다. 벤처기업의 자기 반성 및 자정 노력과 함께 우리 사회도 잘못을 통해 배웠고 더 투명해지고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고, 벤처의 실험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유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중년의 나이에서 대기업 대신 벤처행을 택했던 젊은 시절을 되돌아 본다. 그때는 멋모르고 선택한 길이었지만 지금 나에게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더욱 확실하고 절실한 이유로 역시 벤처를 택하게 될 것 같다. 미래 우리 경제의 성장은 결국 벤처의 성장에 달려 있고 거기에 가장 큰 기여의 기회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변대규 휴맥스 대표 ceo@humaxdigital.com